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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완 칼럼] 영어 공교육 실패에서 뭘 배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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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분야에서 보수와 진보가 이견 없이 ‘동의’하는 정책이 있다. 바로 디지털 인재 양성이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 중 교육 분야와 관련해 “창의적 교육으로 미래 인재를 키우겠다”며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을 맨 앞에 내세웠다.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소프트웨어(SW)와 인공지능(AI) 교육을 필수화하고, 대학 학과와 정원도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도 ‘5년간 디지털 인재 100만 명 양성’을 디지털 혁신 공약 1호로 내걸었다.

문재인 정부가 작년 11월 발표한 ‘2022 교육과정 개편’ 총론의 핵심 중 하나도 디지털 기초소양 강화 및 정보교육 확대였다. 2년 뒤 초등학교부터 적용될 개편안은 디지털을 언어, 수리와 같은 기초소양으로 보고, 모든 교과에 이를 반영하기로 했다. SW뿐 아니라 AI 등 신기술 분야도 학교에서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정보교육 시간은 지금보다 2배로 늘어난 각각 34시간과 68시간이 되고, 고등학교엔 별도의 정보 교과가 신설된다.

디지털 교육에 대한 사회적 공감은 충분히 이뤄져 있다. 관련 인재 수요가 급증하고, 프로그램 개발 같은 실무가 아니더라도 모든 업종에서 디지털 이해력은 문제 해결과 업무 진행에 필수가 됐다. 우리나라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늘어난 초·중등 학교 정보수업 시간도 미국(416시간), 일본(405시간), 영국(374시간), 인도(256시간), 중국(212시간) 등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다.

학교에서 SW와 AI 교육을 강화한다고 하니 문득 영어 교육 생각이 났다. 둘은 ‘언어’라는 연관성이 있다. SW의 기초인 코딩을 하려면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워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영어가 필요하듯이 디지털 세상에서 컴퓨터와, 그리고 다른 개발자들과 소통하려면 그 세계의 언어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코딩은 세계적 언어”라며 “코딩을 배우면 세계 약 70억 인구와 대화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어려서 외국어(영어)를 배우는 것보다 코딩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코딩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컴퓨터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이른바 컴퓨팅 사고력을 길러준다는 점에서 일찍부터 접하고 친숙해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코딩도, 영어도 교육 현장에선 ‘누가, 어떻게 가르치느냐’가 중요하다. 한국인 대부분이 초·중·고교에서 10년 넘게 영어를 배우지만 영어로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입시 영어’ 위주로 단어와 문법을 외우고 어려운 지문을 해석하는 데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수준이 천차만별인 아이들을 한자리에서 가르치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이렇다 보니 중간에 포기하거나, 필요할 때 다시 학원에 다녀야 한다. SW와 AI 교육은 영어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그저 대입을 위해 집어넣은 한 과목이 돼선 안 된다.

당장의 문제는 정보 과목을 가르칠 교사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다른 과목 교사들이 SW 과목을 겸해서 가르치거나, 한 명의 교사가 여러 학교를 돌며 가르친다. 저학년 코딩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 해도, AI는 교사들조차 개념이 어려워 과목 개설이 힘들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교사와 전문인력 양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하루아침에 가능한 일은 아니다. 민간 기업과 연계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경력단절 인력을 적극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영어를 못해도 큰 문제 없이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영어를 잘하면 정보 습득이나, 그로 인해 할 수 있는 일과 활동 범위가 달라진다. 선택의 자유가 확대된다. 앞으로는 코딩 능력이나 AI 지식이 영어처럼 될 수 있다. 국가가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교육 격차의 늪이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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