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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대박 나볼까"…큰손 자산가들이 수십억씩 투자하는 곳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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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 등을 활용한 '큰손' 자산가들의 스타트업 투자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소 수십억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이들은 스타트업 등 비상장 기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업가치가 상승곡선을 그리는 시리즈B~C 단계 스타트업을 주요 타깃으로 투자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한경 긱스(Geeks)가 고액 자산가들은 어떤 방식으로 스타트업 투자를 하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파헤쳐봤습니다.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던 2020년 말부터 주식·암호화폐에 투자해 수백억원대 자산가가 된 A씨(39)는 지난해 하나금융그룹 클럽원을 통해 대형 벤처캐피털(VC)이 만든 블라인드펀드에 20억원을 투자했다.

수십~수백억원대 자산가들이 잇따라 개인 자격으로 스타트업 투자에 나서고 있다. 구주 투자뿐만 아니라 VC와 같은 기관투자가들의 전유물이던 정규 투자 라운드에도 '큰손'들이 투자금을 베팅하는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올 1분기까지는 전체적으로 '벤처 붐'이 지속되는 경향을 보였지만 최근 공모주 시장이 침체되면서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단계를 시작으로 후기 스타트업들이 자금 조달에 점차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액 자산가들이 증권사 자산관리(WM)센터 등을 통해 스타트업들의 구주를 할인된 가격에 활발히 매입하는 중이다.
'큰손' 개인 투자자들 눈길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 1분기 신규 벤처투자액은 2조827억원 수준이었다. 종전 최대치인 지난해 1분기(1조3817억원)보다 58%나 늘어난 수치다. 1분기 실적이 2조원을 넘어선 것도 역대 최초다. 투자 건수(1402건)나 건당 투자 금액(14억9000만원), 투자기업 수(688개사) 등도 역대 가장 많았다.

눈여겨볼 점은 개인 출자 금액이 530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는 올 1분기 전체 벤처투자 출자의 20%가 넘는 금액이다. 개인은 VC가 만든 펀드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벤처투자에 참여할 수 있다.

다만 대내외 악재가 겹쳐 기업공개(IPO) 시장이 주춤하자 프리IPO 규모는 쪼그라들었다.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는 지난해 말 2500억원 규모로 프리IPO를 유치했지만 이때 평가받은 4조원의 기업가치를 상장 시점에 인정받지 못하면 공모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또 최대 1조원 규모의 프리IPO에 나선 토스(비바리퍼블리카) 역시 펀딩이 녹록지 않다. 직방은 3조원대 기업가치를 겨냥해 투자 유치에 나섰지만 이보다 수천억원 이상 눈을 낮춰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증권, 삼성증권 등 고액 자산가 대상 비상장주 투자 상품을 활발히 내놓는 증권사들은 스타트업 구주를 최대 30% 수준까지 싸게 들여오고 있다. 한 VC 대표는 "시장이 주춤했지만 투자자들 입장에선 오히려 저렴한 가격에 구주를 매입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통상 일반적인 '개미'들의 벤처투자는 엔젤투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개인이 기업과 직접 접촉하거나 엔젤클럽 활동을 통해 투자하기도 하고, 49명 이하의 개인이 모여 100만~1억원씩 개인투자조합에 출자해 간접 투자하기도 한다. 다만 이 경우엔 시드(초기)~시리즈A 단계의 초기 스타트업들에 투자금이 집행된다. 또는 '증권플러스비상장' '서울거래비상장' '엔젤리그'와 같은 비상장 주식 전문 거래 플랫폼을 이용할 수도 있다.

최근엔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를 활용한 '부자'들의 스타트업 투자가 이어지는 추세다. 수십억원대 이상의 자산을 가진 큰손들이 비상장 기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기업가치가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리는 시리즈B~C 단계 회사들이 주요 타깃이다. 또는 상장 직전의 프리IPO 라운드에 참여해 빠르게 투자금 회수를 노리기도 한다. 지난해부터는 공모주 청약 시 균등 배정 제도가 도입돼 '돈 넣고 돈 먹기'식 투자가 어려워지면서 큰손들이 비상장 투자로 눈을 돌리는 경향이 더 심화했다고 한다.
하나 클럽원·삼성 SNI '주목'


비상장 투자업계에선 하나금융그룹의 VIP 전용 WM센터인 '클럽원'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클럽원은 부자들의 비상장 투자 메카로 불린다. 2017년 8월 문을 연 서울 삼성동 지점을 시작으로 지난해 6월엔 한남동 지점이 문을 열었다. 최소 이용 요건은 예탁자산 30억원 이상이다. PB 한 명당 관리하는 자산은 5000억원이 넘는다.

클럽원은 큰손 개인 투자자들에게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기업의 구주를 사들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해엔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 구주 투자를 위해 자산가들로부터 130억원을 모집하기도 했다. 이때 거래는 버킷플레이스가 처음으로 1조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의미 있는 '딜'이었다는 평가다. 최근엔 직방의 구주 투자자도 모집했다.

2020년엔 클럽원이 당시 상장 전이던 크래프톤의 구주 투자를 위해 170억원을 모집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8월 상장했는데 이때 투자했던 사람들은 1년여 만에 투자 원금의 5배에 달하는 '잭팟'을 터뜨렸다. 클럽원은 지난해 총 56건, 5692억원을 투자했다. 최근엔 직방의 프리IPO 라운드에도 참여해 100억원 이상을 베팅했다.

VC가 만든 블라인드펀드에 출자금을 대는 방식으로 스타트업의 신규 투자 라운드에 참여할 수도 있다. 클럽원은 이미 IMM인베스트먼트, DSC인베스트먼트 등 국내 유수의 VC가 만든 펀드에 출자할 수 있는 상품을 고액 자산가에게 선보이기도 했다. 블라인드펀드부터 시리즈A~프리IPO 단계까지 위험 정도별로 투자 대상을 나눠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AC)인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지난해 하반기 삼성증권과 함께 '삼성신탁블루포인트2021개인투자조합'을 만들었다. 이 상품은 자산 30억원 이상의 '큰손'들 40명이 출자해 114억원 규모로 결성됐다. 현재 정보기술(IT) 분야 2개사, 제조업 분야 2개사 등 총 4개 회사에 투자가 집행된 상태다.

이 상품이 고액 자산가들로부터 인기를 끌자 블루포인트파트너스와 삼성증권은 2호 조합도 내놨다. 168억원이 몰렸다. 최소 가입금액이 3억원임에도 관심이 뜨거웠다. 1호와 2호 상품 모두 창업 3년 이내의 벤처기업에 50% 이상 투자해야 한다는 조건을 갖고 있다. 투자 자산은 보통주·우선주 혹은 메자닌(CB·BW)이다.

삼성증권은 2019년 5월 중견 VC인 인터베스트와 손잡고 '2019크로스보더바이오벤처투자조합'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 상품은 총 270억원 규모로 만들어졌는데, 이 중 6%인 16억원가량을 SD바이오센서에 투자했다. 지난해 SD바이오센서가 IPO에 성공하면서 수익률은 17배에 달했다. 투자 원금은 이미 회수됐고, 나머지 약 250억원에 대해선 추가 수익을 실현하고 있다.

또 유진투자증권은 VIP 대상 WM센터인 챔피언스라운지를 통해 지난해 두나무에 투자하는 프로젝트펀드를 내놔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을 받았다. 이 상품은 사흘 만에 완판됐다.
기관투자가급 대우받는 고액 자산가들

삼성증권은 2020년 금융 자산 1000억원 이상의 초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도 내놨다. 개인 큰손들에게 기관투자가급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패밀리오피스는 지난해 초 1조2000억원 규모로 진행된 케이뱅크의 유상증자에서 400억원의 물량을 확보해 개인에게 제공했다.

당시 케이뱅크는 유상증자 과정에서 내년까지 IPO를 하지 못하면 최대주주인 비씨카드가 재무적 투자자(FI)들에게 투자금의 연 5%의 수익을 보장하면서 지분을 사주는 콜옵션 등을 부여했다. 이때 삼성증권 패밀리오피스의 개인 고객들도 동일하게 조항을 적용받았다. 고액 자산가들이 기관투자가와 동일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생기면서 벤처투자에도 힘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다.

소득공제 혜택 역시 큰손의 관심을 끌어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조합을 이용한 비상장 주식 투자 시 3000만원 이하 금액까지는 100%, 5000만원까지는 70%, 5000만원을 넘는 금액에 대해서는 30%까지 소득공제 혜택이 적용된다. 한 VC 대표는 "세제 혜택이 있는 덕분에 일단 돈을 넣은 뒤 원금만 건져도 수익을 얻는 셈"이라며 "다만 초기 스타트업들은 여전히 '고위험 고수익'이기 때문에 리스크는 짊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업계에선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백혜진 삼성증권 SNI 전략담당 상무는 "미디어 환경이 발달하면서 상장 주식에 대한 정보 비대칭성은 많이 해소됐지만, 비상장주 투자는 여전히 '닫혀 있는' 경향이 있어 큰손들이 스타트업 투자에 몰리고 있다"며 "주식, 코인 투자 등으로 '잭팟'을 터뜨렸거나 엑시트에 성공한 스타트업 오너들이 투자에 많이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모 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리스크가 작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 상장 주식만큼 유동성이 크지 않아 장이 나빠지더라도 쉽게 매도할 수 없다는 점도 리스크다. 소수의 프리IPO 거래를 제외하곤 최소 몇 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장기 투자'의 영역이란 점도 기억해야 할 요소라는 설명이다.

VC업계 관계자는 "최근 후기 투자를 중심으로 벤처투자 시장에도 위축이 나타나면서 '셀러 마켓'에서 '바이어 마켓'으로 전환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낮은 밸류에이션의 프리IPO 딜 같은 저위험 영역 투자에 접근한 뒤 순차적으로 리스크를 높여나가는 방향으로 투자하는 게 요령"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모펀드는 종목 수가 많을수록 시장의 영향을 덜 받는 만큼 검증된 전문기관을 통해 체계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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