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년간 중립국이었던 핀란드가 지난 11일(현지시간) "지체없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겠다"고 공식화했습니다. 러시아는 "핀란드의 NATO 가입은 외교 정책의 급격한 변화다. 군사행동을 포함해 보복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밝혔습니다. 핀란드에 이어 스웨덴도 NATO 가입이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두 국가 모두 결격 사유가 없어 빠른 속도로 가입이 추진될 전망입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새로운 불씨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올해 2월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배경이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추진'이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또 다른 국가가 NATO 가입을 선언한 겁니다. 핀란드와 러시아의 국경선 길이는 약 1300㎞에 이릅니다. 이는 러시아가 NATO 회원국에 맞서 방어해야 할 국경선 길이가 이전보다 두 배 길어진다는 의미라고 AP는 전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끝날 지 모르지만 '세계 역사의 전환점'이란 사실은 분명하다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습니다. 워싱턴 전문가인 윌리엄 갤스톤 WSJ 칼럼니스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았다"고 분석했습니다.
전쟁은 우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뇌사 상태"라고 비판했던 NATO의 확대와 결속력 강화를 초래했습니다. 독일도 변화시켰습니다. 유럽의 경제 대국인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수립한 외교·국방 정책을 포기하고, 군비를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2%까지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유럽은 천연가스, 원유 등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는 고통스러운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흥미로운 분석은 여기서부터입니다. 1차 세계대전과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 이후 경제 여건은 정치를 지배해왔습니다. 경제가 정치에 우선했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 통념을 뒤집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러시아의 급격한 경기침체와 러시아인들의 생활 수준 하락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푸틴에겐 '위대한 러시안 제국 건설의 꿈'이 경제보다 우선이었습니다.
'하드 파워(군사력 경쟁)'의 시대가 다시 열렸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막대한 무기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갤스톤 칼럼니스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주장해왔듯이 미국이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면 국내총생산의 3% 이상을 국방에 투자해야 한다. 그리고 유럽과 아시아 태평양 전선에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군비를 재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동안 세계는 기후변화, 빈곤, 보건 등 초국가적 의제에 집중해왔습니다. 하지만 푸틴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에 이어 전쟁과 그에 따른 동맹 재편이 이어지면서 강대국 간 경쟁이 다시 본격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갤스톤 칼럼니스트는 "초국가적 의제보다 러시아, 중국, 미국 등 강대국간 경쟁이 더 중요한 의제가 됐다"고 논평했습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