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제20대 대통령은 10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자유·인권·공정·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반드시 만들어 나가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한국 사회의 여러 난제를 풀기 위해 “자유의 가치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재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유로운 정치적 권리, 자유로운 시장이 숨쉬고 있던 곳은 언제나 번영과 풍요가 꽃피었다”며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은 바로 자유의 확대”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 키워드인 ‘자유’는 취임사에서 가장 많은 35회나 언급됐다.
분배보다 성장을 우선하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국내 최우선 과제로 ‘지나친 양극화와 사회 갈등’을 지목한 뒤 “도약과 빠른 성장을 이루지 않고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빠른 성장 과정에서 많은 국민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고, 양극화와 갈등의 근원을 제거할 수 있다”며 “도약과 빠른 성장은 오로지 과학과 기술, 그리고 혁신에 의해서만 이뤄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에 대해선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각자가 보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反)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북한과 관련해선 “핵 개발에 대해서도 평화적 해결을 위해 대화의 문을 열어놓겠다”며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북한 경제와 주민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취임사에는 정제되고 차분한 언어가 사용됐다. 11개월 전 대선 출마 선언 당시 ‘이권 카르텔’ ‘약탈’ 등 격정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과 대조적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사여구가 없는 담백한 취임사 내용이 인상적”이라며 “대내외 경제 환경이 좋지 않은 만큼 단기 성장보다 중장기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취임식엔 국내외 귀빈과 각계 대표, 일반 국민 등 4만1000여 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식 직후 용산 대통령 집무실로 이동해 업무를 시작했다. 청와대는 취임식 행사에 맞춰 일반에 전면 개방됐다.
좌동욱/김인엽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