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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의 자유론 읽다 사시 9수"…尹 취임사, 자유 강조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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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있는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법시험을 9수나 한 이유를 물었다. 답이 이랬다.

'학창시절에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읽고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첫 사시 떨어진 이후부터 자유와 관련된 잡지를 창간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관련 작업을 했다. 중간에 그런 일을 하다보니 사시 공부 기간이 길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을 가까이서 돕는 한 정치권 원로가 최근 기자에게 한 말이다. 지난 10일 취임사에서 윤 대통령이 '자유'라는 단어를 35번 언급해 화제다. 두번째로 많이 언급한 '평화'의 3배에 가까운 것이다.
취임사에 직접 쓴 자유의 가치
해당 취임사는 참모진이 만든 초안을 윤 대통령이 직접 수정했다. 이 과정에서 상당 부분이 바뀌어 윤 대통령의 생각이 직접적으로 반영됐다는 전언이다.

이같은 과정을 거친 취임사는 밀의 자유론에 근거한 윤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담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보수와 진보 양쪽에서 높은 평가가 나왔다.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가 개인 SNS에 밝힌 평가다.

"오늘 취임식에서의 윤의 연설은 단연 압권이다. 민주주의 위기를 진단하고 그 원인으로 반지성주의를 지목한 것은 놀라운 안목이다.

반지성을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것으로 정의한 대목도 그렇다. 대한민국이 공유해야 할 보편적 가치로 자유를 내건 것은 국제적으로도 주목할 만한 연설이다.

이아시아 뿐만 아니라 근년들어 세계적으로도 자유를 번영과 풍요의 전제 조건으로 인식한 것도 다른 지도자의 언어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자유로운 시민들의 연대라는 덕목도 그렇다.

윤의 언어에서 이런 말을 듣게 되다니 하고 눈을 부비고 듣게 된다. 연설만으로 본다면 이승만 급이며 대처나 레이건 급이다. 그들은 자유라는 깃발을 들고 기득권의 낡은 사회를 부수어냈고 새로운 사회로 가는 깃발을 들었다."

한지원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의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사에서 특징이 있는 키워드는 '자유'와 '반지성주의' 정도로 보인다. 자유와 반지성주의란 키워드는 포퓰리즘 비판의 핵심이기도 하다. 바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이라는 것이다.

밀이 '자유론'에서 강조한 바, 여론을 이용한 다수의 독재 가능성은 민주주의 고유의 위험이다. 이 다수의 전제는 다수의 소수에 대한 억압, 대중 감정에 의한 지성의 억압을 특징으로 한다.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대중의 의지로, 정의의 명분으로 공익을 파괴하는 정부다. 이런 다수의 전제정이 얼마든지 실제로 나타날 수 있음을 문재인 정부가 증명했다."
고등학교 때 읽고 평생의 철학으로

윤 대통령이 언제 자유론을 읽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다만 대학 진학 이전에 읽었을 것이라는 증언이 있다. 법조계 관계자가 이성식 MBN 기자에게 했다는 이야기다.

"학창시절 윤 대통령은 아버지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영향을 받아 경제학과 진학을 생각했다. 하지만,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읽고 크게 감화를 받아 아예 진로를 법학과로 바꾼 것으로 알고 있다. 윤 대통령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자유론'을 읽어봐야 한다. 법률가 윤석열의 사상적 뿌리가 되는 책이다."

윤 대통령이 일찍부터 자유론에 심취했다는 증언은 이것 외에도 많다. 정진석 국회 부의장이 폴리뉴스와 인터뷰에서 밝힌 말이다.

"윤 대통령은 지도자로서 소양이 있는 사람이다. 19세기 위대한 정치 사상가인 밀의 '자유론'에 심취했던 사람이라고 한다.

인문학 서적에 대한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했다고 전한다. 법전만 읽은 법조인과는 다르고 독서량이 많은 사람이다. 인간적인 매력이 있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밀의 사상과 尹의 반지성주의 경계
근대 이후 자유를 옹호한 사상가들은 많았다. 하지만 밀의 자유론은 단순히 군주나 전제정으로부터의 자유가 아닌, 동료 시민과 민주정으로부터의 자유를 강조했다. 자유론의 일부다.

"전체 인류 가운데 단 한 사람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이는 그 사람이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나머지 사람 전부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것만큼이나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이는 자유론이 출간된 1859년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연결된다. 프랑스 혁명과 미국 독립 등을 통해 자유주의가 확산됐지만 개인의 자유는 여전히 보호되지 않고 있었다.

자유라는 거대담론을 확산시키고, 지탱하기 위해 정작 개인의 자유는 말살되기 일쑤였다. 이런 가운데 밀은 어떻게 개인의 자유를 보호할 수 있을지를 놓고 천착했다. 그는 진정한 자유를 통해 얻어지는 개별성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밀은 다수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갖가지 강요와 폭력을 경계했다. "다수가 숫자로 소수를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개하고 있다"는 윤 대통령의 취임사와 맞닿는 부분이다.
대통령으로선 어떻게 구현할까
물론 밀의 자유론에서 밝힌 여러 원칙들은 대의제 민주주의 작동과 들어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밀은 다수가 소수를 억압하는 것을 경계했지만 대의제 민주주의는 결국 다수결에 의해 작동될 수 밖에 없다.

밀의 자유론을 얼마나 신봉했든 윤 대통령 스스로 그같은 철학을 제대로 펼쳐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도 약점이다. 지난해까지 그는 검사로서 위임받은 국가 권력을 바탕으로 범죄자를 수사하고 잡아넣는 일을 했다.

어떻든 앞으로 5년간 한국은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철학을 가진 대통령이 이끌게 됐다. 그가 어떻게 과거와 다른 통치와 정치를 보여줄지 지켜볼 일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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