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10일 임기를 종료하고 귀향길에 오르기 직전 지지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해방됐다"고 말했다. 지난 5년 대통령직을 수행하며 느꼈던 부담감을 벗어버린 데 대한 후련한 마음을 드러낸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뒤 경남 양산 사저로 향하는 KTX 열차에 오르기 위해 서울역을 찾았다.
당시 서울역 앞에는 문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지지자들은 문 전 대통령의 임기가 적혀진 팻말을 들어 보이며 환호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마이크를 잡고 "저는 대통령이 될 때 약속드린 것처럼 우리가 있었던 시골로 돌아간다"며 "퇴임하고 시골로 돌아가는 것에 섭섭해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문 전 대통령은 "반려견들도 돌보고, 농사도 짓고, 가까운 성당도 다니고, 길 건너 이웃인 통도사에도 자주 가면서 성파 스님께서 주시는 차도 얻어 마실 것"이라며 "마을 주민들과 막걸리도 한잔하고, 시간 나면 책도 보고, 음악도 들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분 덕분에 마지막까지 행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며 "전 해방됐고, 자유인이 됐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이 '자유인', '해방' 등을 언급한 것을 두고 지지자들 일각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친구'라고 즐겨 소개해 온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퇴임 연설이 떠오른다는 평가가 나왔다.
노 전 대통령은 14년 전인 2008년 2월 24일, 퇴임 후 고향 봉하마을에 도착해 주민과 지지자들 앞에 서서 "야, 기분 좋다"고 말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임기를 마친 것에 대해 후련함을 감추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노 전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이 겹쳐 보인다는 목소리다.
한편,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께 경남 양산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에 도착해 마을회관을 찾았다. 그는 "드디어 제집으로 돌아왔다"며 "집으로 돌아오니 안도감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평산마을에서의 새로운 출발이 저는 정말 많이 기대된다"며 "아내와 함께 자유롭게 잘살아 보겠다"고 주민들에게 인사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