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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가족, 죽음을 바라보는 두가지 시선…서울연극제 단막스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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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열리고 있는 ‘제43회 서울연극제’에선 공식선정작 여덟 작품과 단막극 두 작품 총 10개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재연으로 이미 한 차례 이상 관객들에게 검증된 공식선정작들과 달리 단막극 작품은 둘다 이번이 초연이다. 신성우 작가의 ‘낯선 얼굴로 오는가’와 윤미희 작가의 ‘성난 파도 속에 앉아 있는 너에게’ 등이다. 이 두 작품은 지난해 서울연극제 단막 희곡 공모를 통해 선정돼 일년 동안 무대를 준비했다.

두 연극은 줄거리와 연출 방식이 상이하지만 ‘가족’과 ‘죽음’이란 모티프(창작의 동기·소재)가 작품의 큰 줄기를 이룬다는 공통점이 있다. ‘낯선 얼굴로 오는가’는 며느리의 죽음, ‘성난 파도 속에 앉아 있는 너에게’는 아버지의 죽음이 서사를 진행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소재다. 결국엔 비극으로 마무리된다는 점도 같다.



‘낯선 얼굴로 오는가’는 어느 산골 마을 가난한 가족의 이야기다. 낯선 사람의 방문 후 이웃집 노인이 사망하자, ‘장수’(이영석 분)는 그가 저승사자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죽음은 낯선 사람의 모습으로 찾아온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마침 병약한 며느리 ‘순영’(신소현 분)의 병세가 악화하지만, ‘장수’는 어떻게든 낯선 사람과 마주치는 것을 피하려고 며느리를 병원에도 데려가지 못하게 한다. ‘낯선 사람’의 방문을 기다리는 긴장감이 극을 지배하면서 관객을 몰입시킨다.

미신에 사로잡힌 ‘장수’의 모습은 관객들로 하여금 불편함을 유발한다. 아픈 가족을 병원에 데려가기는 커녕 꽁꽁 숨긴다는 발상이 답답하고 짜증스럽다. 이 불편함 자체가 작품의 메시지다. 맹목적으로 믿어 온 가치나 신념이 한낱 미신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의문, 그리고 그것을 소중한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이기심의 폭력성을 꼬집는다.

다만 불편함을 넘어 어떤 깨달음을 느끼기엔 관객 스스로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일견 이해하기 어려울 것 없어보이는 서사이지만 그것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작가의 메시지는 숨겨져 있다는 느낌이다.



‘성난 파도 속에 앉아 있는 너에게’는 극의 시작부터 이미 죽은 아버지(김귀선 분)의 시체가 등장한다. 돈 문제로 아버지를 살해한 아들 ‘연우’(정충구 분)와 그를 돕는 친구 ‘정민’(조남융 분), ‘지호’(구도균 분) 삼인방이 시체를 숨기기 위해 인적 드문 저수지를 찾는다. 아버지의 시체를 저수지 속으로 던진 뒤 이어지는 세 사람의 대화는 인면수심의 범죄자라기엔 순수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철이 없다.

연극은 자신을 죽인 아들마저 사랑하고 걱정하는 위대한 부성애만을 이야기하진 않는다. 마치 성난 것마냥 거센 인생의 파도에 휩쓸려 살아 가는 우리들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고 묻는다. 여기에 “무의미함을 온몸으로 느끼고 받아들이고 가볍게 살아라”라고 답하는 아버지의 대사는 위로로 다가온다.

이 작품은 다소 추상적인 형태의 희곡을 무대화했는데 연출이 상당히 효율적이다. 작가가 원한 안개가 자욱히 깔린, 축축하고 눅눅한 극의 분위기를 조명과 반투명 장막으로 구현했다. 세 친구를 연기한 정충구·조남융·구도균 배우간 키 차이나 서로 부조화스러운 외모 등이 오히려 다듬어지지 않은 세 사람의 인생과 어울린다.

한편 서울연극협회는 이달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 주요 공연장에서 서울연극제를 열고 있다. 앞서 1977년부터 열리기 시작한 서울연극제는 연극협회가 매년 주최하는 연극제 중 가장 큰 규모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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