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그룹의 계열사인 삼양이노켐이 지난해 28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그룹의 새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자리를 잡았다. 대규모 적자를 이어오면서 그룹 내 ‘미운 오리’ 신세였던 계열사의 반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양그룹 지주회사인 삼양홀딩스는 지난달 8일 일본 미쓰비시상사로부터 삼양이노켐 지분 2.32%를 108억원에 매입했다. 삼양홀딩스는 이번 매입으로 삼양이노켐 지분 100%를 취득했다. 주당 매입가격과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단순 산출한 삼양이노켐의 기업가치는 5350억~6050억원으로 추산된다.
삼양이노켐은 2009년 9월 삼양홀딩스와 미쓰비시상사가 각각 80 대 20의 비율로 지분을 출자해 출범한 회사다. 군산자유무역지역에 2000억원을 투자해 2012년 연산 15만t 규모의 비스페놀A(BPA) 설비를 준공했다. BPA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인 폴리카보네이트의 원료로 쓰인다. BPA 사업은 삼양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았고,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기대도 컸다. 하지만 BPA 공급 과잉에 따른 업황 악화로 실적은 큰 부침을 보였다. 2010~2016년 6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면서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이 회사는 2014년 35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했지만, 미쓰비시는 참여하지 않았다. 미쓰비시가 실권하면서 2015년 말 미쓰비시의 삼양이노켐 지분율은 20%에서 2%대로 하락했다. 이번에 미쓰비시는 남은 지분 2%를 삼양홀딩스에 매각하면서 삼양이노켐에서 손을 뗐다.
삼양홀딩스의 뒷바라지를 바탕으로 삼양이노켐은 2017년 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636억원, 279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실적은 갈수록 좋아졌다. 2020년부터 세계 곳곳에서 풍력발전 설비가 구축되고, 여기에 들어가는 날개(블레이드)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블레이드는 폴리카보네이트로 제작하는 만큼 폴리카보네이트 원료인 BPA 가격과 수요가 뛰었다. 덩달아 삼양이노켐 실적도 개선됐다. 작년 삼양이노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삼양그룹 주력 계열사인 삼양사(825억원) 삼양패키징(461억원) 케이씨아이(124억원)를 합친 것보다 많았다. 삼양그룹 관계자는 “BPA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난해 삼양이노켐의 기업가치와 실적이 크게 좋아졌다”며 “올해는 작년 실적에는 못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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