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17일 13:5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디어 빅데이터 기업 비플라이소프트가 6월 코넥스에서 코스닥 시장으로 이전 상장을 추진한다. 신문 전자 스크랩 서비스 프로그램인 '아이서퍼'로 잘 알려진 회사다. 비플라이소프트는 20여년 간 축적한 뉴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 뉴스 서비스와 분석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독자적 플랫폼으로 대형 포털사이트를 중심의 뉴스 유통 구조를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디지털라이징 선두 주자
1998년 설립된 이 회사는 사업 초기 공공기관의 의뢰를 받아 다양한 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해주는 일을 했다. 토목 건설 관리 솔루션과 지방세 체납 관리, 주정차 위반 단속 솔루션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다 인터넷 시대가 열렸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 검색, 처리하는 업무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판단한 비플라이소프트는 정보수집 프로그램과 대용량 검색엔진을 개발했다. 이를 기반으로 1999년 입찰 정보서비스 비드큐를 출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전환점이 찾아온 것은 2005년 전자 스크랩 서비스 아이서퍼를 내놓으면서다. 예전엔 종이 신문을 오려 스크랩했다. 그러나 온라인을 통해 뉴스를 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신문 구독자 수는 점점 줄었다. 그런데도 짜여진 판형의 신문을 스크랩하려는 수요는 존재했다.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홍보부서는 여전히 언론 모니터링에 신문 스크랩을 활용했다. 온라인에서 지면을 그대로 스크랩하고 편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아이서퍼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프로그램이었다.
아이서퍼는 신문 지면 레이아웃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기사의 문단과 라인, 문자 단위를 분해해 재구조화하는 기능을 갖췄다. 비플라이소프트는 아이서퍼를 기반으로 기사를 자동으로 편집하고 종이신문과 같은 아날로그 문서를 효율적으로 디지털화하는 기술 개발에 주력했다. 이를 통해 디지털 아카이브 역량을 확보했다.
이 회사는 아이서퍼의 확산을 위해 주요 언론사에 제안해 디지털 신문을 제작하도록 제안하고 이를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하도록 했다. 뉴스 저작권이란 개념이 불분명하던 때였다. 이를 통해 뉴스 저작권 확립과 올바른 뉴스 이용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아이서퍼로 연간 130억원 매출
아이서퍼는 비플라이소프트의 캐시카우로 자리 잡았다. 아이서퍼로만 연간 13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아이서퍼가 차지하는 비중은 76%에 이른다. 아이서퍼 외에 AI 기술을 적용한 뉴스 분석 서비스인 '위고몬'과 디지털 라이징 도구 '아이루트', 지면 자료를 디지털화하는 '디지타이징'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주요 고객사는 기업과 정부 기관, 관공서 등이다.최근에는 B2C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신규 서비스인 '로제우스'를 통해서다. 3년간의 개발 과정을 거쳐 지난해 9월 출시한 로제우스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언론사의 뉴스를 유통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국내 포털 사이트가 30~40개 언론사의 저작권을 가지고 있지만 로제우스는 3000여개 언론사의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다. 매일 쏟아지는 수십만 건의 뉴스에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적용해 개인이 원하는 뉴스 서비스를 선별해 제공한다. 네이버를 비롯해 국내 뉴스의 유통권을 장악한 대형 포털 사이트가 경쟁 상대다.
로제우스는 개방형 오픈 플랫폼으로 설계돼 별도 앱을 다운로드받지 않더라도 PC와 모바일 기기에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다. 사용자가 다양한 방법으로 콘텐츠를 재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뉴스룸'은 현재까지 약 400만건의 콘텐츠가 생산됐다.
로제우스는 베타 서비스 단계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로제우스의 월간 방문자 수는 38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1월 200만명을 돌파한 후 두 달 만에 약 두 배 상승한 것했다. 정식 버전 서비스 출시 후 6개월 만에 이뤄낸 성과다. 페이지뷰는 857만건에 달한다. 가입자 수는 89만명이다. 별도의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대 이상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비플라이소프트는 올해 하반기부터 로제우스에 광고를 게재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내년엔 73억원, 2024년 138억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제우스가 아이서퍼와 같은 서비스로 성장하는 것이 회사의 목표다. 로제우스가 성공을 거둔다면 2024년부터는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상장 후 유통물량 60%... 오버행 우려도
비플라이소프트는 이번 상장에서 총 100만주를 공모한다. 희망 공모가격은 1만6500~1만9000원, 시가총액은 1055억~1215억원이다. 공모 규모는 165억~190억원이다. 대표 주관사는 IBK투자증권이 맡았다.전체 공모 물량의 10%가 구주 매출이다. 창업자인 임경환 대표(사진)가 10만주를 구주매출로 내놓아 최대 19억원을 확보한다. 임 대표는 회사 지분 38.3%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상장 후 임 대표의 지분율은 31%대로 낮아진다.
공모 자금 중 32억원은 시설 투자에 사용할 방침이다. B2C 서비스를 위한 서버 확충에 투자한다. 이중 70억원은 문서 레이아웃 자동 인식 기술 등 인공지능 연구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다. 로제우스 플랫폼의 안착을 위한 마케팅에도 약 45억원을 사용할 예정이다.
다만 상장 직후 유통 가능 물량이 60%에 육박한다는 점은 부담이다.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이 쏟아질 경우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주가 변동성 확대를 우려하는 투자가의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 올해 상장한 기업 중 유통 가능 물량이 50%를 넘긴 애드바이오텍과 나래나노텍 등은 공모 단계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상장 이후 주가 역시 부진하다.
비플라이소프트는 상장 예정 주식 수 639만5145주 중 62%가 상장 직후 유통 가능 물량이다. 일반적으로 공모단계에서 IPO 기업의 상장 후 유통 가능 물량이 30% 내외라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게 높은 수준이다.
주요 주주들은 유통물량이 과도하다는 점을 의식해 보유 주식 일부에 대해 일정 기간 팔지 않기로 했다. 비플라이소프트의 2대 주주인 개인주주 한세희 씨는 보유 주식 약 46만주 중 26만주에 대해 1년간 보호예수를 설정했다. 슈퍼개미인 한 씨는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의 아들로 수백억원대 자산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18년 비플라이소프트에 38억원을 투자해 지분 16%를 확보하면서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걸쳐 지분 일부를 주당 1만3000원에 장외 매도하면서 차익을 실현했다. 현재 8.4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상장 후 지분율은 7%대가 된다.
3대 주주인 휴온스글로벌도 24만주 중 10만주에 대해 1년간 인출 제한을 걸었다. 휴온스글로벌은 2016년 주당 4167원에 10억원을 투자했다. 지분율은 4.39%다. 비플라이소프트가 희망공모가로 상장하게 되면 약 4배의 투자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코넥스 시장에서 비플라이소프트 주가는 1만2000원대에 형성돼있다. 희망 공모가격을 밑돈다. 상장 직후 주가가 코넥스 시장에서의 주가 이상으로 올라가면 차익실현을 노리는 소액주주도 다수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비플라이소프트는 다음 달 2~3일 기관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최종적으로 확정한다. 같은 달 9~10일까지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진행한다. IBK투자증권이 대표 주관업무를 맡았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