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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 상승에 복지혜택 박탈 49만가구…법 개정으로 구제 [입법레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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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장려세제는 대표적인 복지 정책 중 하나다. 맞벌이 가구를 기준으로 연 소득 3800만원 이하일 때 근로장려금을 지급한다. 근로의욕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저소득층의 생계를 지원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로 이같은 복지 혜택에서 밀려난 가구가 49만에 이른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들 가구를 구제하기 위해 근로장려세제 지급 대상 가구 자산의 기준을 높이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공시가 현실화 정책 불똥 튀어
부동산과 자동차, 예금을 포함한 자산이 2억원을 넘으면 근로장려세제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런 가운데 전국 주택의 평균 공시가격 상승률은 2021년 한해에만 19.05%, 2018년 이후 누적으로는 39.44%에 이른다.

2017년 기준 공시가격 1억4300만원의 집을 소유하고 있는 가구가 해당기간 평균 상승폭만큼 공시가가 올랐다는 올해 공시가는 2억20만원이 된다. 시가 기준으로는 3억원 안팎의 집이지만 해당 주택을 계속 갖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장려세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문재인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를 이유로 빠르게 공시가격 상승폭을 높여온 결과다.

정일영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근로장려금 지급 대상자 중 26만 가구가 이같은 공시가격 상승으로 지난해에는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2018년 이후로 범위를 확대하면 49만 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지급 대상 468만 가구의 10.5%에 이른다.

이같은 문제를 감안해 정일영 의원은 지난달 13일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공시가격 인상폭을 감안해 근로장려금 지급 대상자의 자산 기준을 2억원 미만에서 2억8000만원으로 40% 상향하는 것이 골자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도 이같은 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어 올 9월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기재부 관계자의 말이다.

"공시가격 인상으로 근로장려세제 적용에서 제외되는 경우에 대한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개정안 골자에 공감한다. 다만 실제 공시가격 인상 효과 만으로 대상에서 제외됐는지는 잘 따져보고 있다. 여기에 따라 기준 상향폭이 결정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근로장려세제 확대를 대전제로 제도 개선을 준비하고 있다. 이같은 기준에 맞춰 공시가격 인상 등의 상황 변화로 혜택에서 소외되는 가구가 없도록 하겠다"
기본소득보다 근로장려금

근로장려세제는 지난 대선에서 논란이 된 기본소득과 비슷한 연장선에 있다. 기본소득 도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관련 부작용을 해소하는 효과가 있는 근로장려세제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1960년대 미국은 ‘빈곤과의 전쟁’을 벌이던 미국은 실행 가능한 모든 방안을 놓고 고민했다. 네오콘(신보수주의자)으로 유명한 미국의 딕 체니 전 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부 장관은 1969년 리처드 닉슨 행정부에 설치된 경제기회국에서 설계한 가족부조계획이 대표적이다. 자녀가 있는 모든 가구에 연 1600달러(현재 가치 기준 1만1000달러, 약 1340만원)를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오늘날 기본소득과 사실상 동일한 구조다.

하지만 “기본소득 도입이 근로의욕을 꺾을 수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 제기에 대한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미국은 이 때문에 근로장려세제(EITC)를 대안으로 도입하고 이후 50여 년간 기본소득 논의를 중단했다.

가족부조계획은 실제 닉슨 정부의 정책으로 채택돼 1972년 하원을 통과했다. 관련 여론조사에서도 미국 국민의 65%가 제도 도입에 찬성했다. 하지만 상원에서 부결되며 최종 무산됐다. “개인의 근로 노력과 연계되지 않은 지원은 도덕적 가치를 파괴하며 결국 사회를 붕괴시킬 것” “빈곤을 벗어날 수단은 현금 지원이 아니라 노동”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은 결과다.

비슷한 시기에 통화주의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이 주창한 ‘음의 소득세’ 관련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정부가 최저소득보장 수준을 설정하고 여기에 미달하는 금액의 일정 부분을 지원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4인 가구 기준 최저소득 보장선이 연 3000만원이고 부의 소득세율이 50%일 때, 2000만원의 근로소득을 올린 가정이 있다고 하자. 정부는 보장선과의 차액 1000만원에 소득세율 50%를 곱한 500만원을 지급하게 된다. 프리드먼의 주장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아 미국 정부가 시범사업까지 했다.

하지만 이 역시 근로의욕 감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참여자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지역 및 인종에 따라 3~8%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를 하는 가구만을 대상으로 소득이 적을 경우 근로장려금을 지급하는 근로장려세제를 1975년 도입하는 쪽으로 미국 정부가 선회한 이유다.

이후 미국 정부는 공화당과 민주당을 막론하고 근로장려세제 대상을 확대하고 지급액을 늘리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했다. 영국과 프랑스, 캐나다에 이어 2009년부터 한국에도 도입됐다.
정일영 의원 "기업 성장 지원 중요"
국토교통부 공무원 출신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역임한 정일영 의원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기업과 민간을 지원하는 법안을 중점적으로 내고 있다.

3개월 이상 6개월 미만 육아휴직자에 대해 중소기업에는 30%, 중견기업은 15%의 인건비를 공제해 육아휴직 활성화를 유도하는 법 개정안을 냈다.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는 점포가 없는 인천, 김포, 김해, 제주 공항과 항만에서도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비슷한 조건의 콘도와 리조트 등에서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

세무조사 기간 연장 한도가 20일로 제한되는 연 수입 100억원 미만 중소규모 납세자를 위해 연장일수 제한을 완화하는 법안도 내놨다. 자체 개발 과제에 한정된 바이오헬스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지원을 수탁연구기관(CRO, 임상시험수탁기관)과 수탁개발기관(CDO)까지 확대하는 법안도 추진하고 있다.

정일영 의원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초고령화와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는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 활성화 정책과 일자리 지원 정책이 함께 이루어지지 않으면 경제의 동력을 극대화 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이미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가 넘는 7개국 중 하나로 성장했지만,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근로시간이 단축되는 상황에서 지금까지의 노동 투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를 위해 국가 최대의 현안인 저출산을 해결하면서 더욱 효율적으로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각종 세제정책과 민생 중심의 입법 정책을 준비하는게 입법부의 일원으로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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