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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 매출은 무조건 직원에게 나눠준다"…꿈의 회사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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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굴삭기가 관절을 굽혔다 펴며 흙을 파내고 무거운 물체를 옮기는 힘은 엔진이나 기어가 아닌 유압실린더에서 나온다. 사람으로 치면 손을 움직이기위한 이두박근 삼두박근인 셈이다. 밀폐 공간속 유체를 통해 동력을 전달하면 작은 힘으로도 큰 힘을 낸다는 '파스칼의 원리'가 적용된 핵심 기계부품이다.

전세계 굴삭기용 유압실린더의 상당수는 한국 기업이 만들고 있다. 조병호 회장이 1978년 설립한 디와이그룹은 건설기계용 유압실린더를 처음으로 국산화한 데이어 현재 세계 3대 굴삭기용 유압실린더 제조업체(계열사 디와이파워) 반열에 올랐다. 조 회장은 중장기적으로 세계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디와이그룹은 국내 대표 자동차 모터제조업체(디와이오토), 국내 1위 골프카·이동식(카고) 크레인·자동세차기업체(디와이이노베이트)도 계열사로 두고 있다. 모두 한때 외국산이 점령한 시장에 진출해 독보적 기술 경쟁력으로 1위에 오른 분야들이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26% 증가해 1조원에 육박(9983억원)했다. 김지현 디와이 대표는 “디와이오토는 2030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하고 디와이이노베이트는 내년 마이크로모빌리티 시장에 진출하는 등 사업을 계속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첫 센서클리닝 양산, 미래차 수혜 예상되는 '모터'기술
디와이파워는 현재 국내 현대두산인프라코어를 비롯해 미국 캐터필라, 스웨덴 볼보건설기계, 일본 히타치·코벨코·스미토모, 영국 JCB 등 전세계 주요 굴삭기업체에 유압실린더를 납품하고 있다. 세계 2위 고소작업차 미 테렉스도 고정 납품처다. 국내 창원 공장을 비롯해 중국, 인도 등에 생산기지를 구축했고 수출 비중이 70%에 달한다.

디와이파워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접근하면서 경기부양 정책에 따른 건설기계 수요가 급증한데다 유압실린더를 자체 제작하던 굴삭기 제조회사들도 점차 아웃소싱(외주)하고 있어 유압실린더 수요가 크게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디와이파워는 고장을 사전에 예측하는(예지보전) '스마트 유압실린더'도 개발해 미래 먹거리도 적극 발굴할 예정이다.


디와이오토는 차 유리창을 닦는 와이퍼 시스템과 측면 유리를 올리고 내리는 데 쓰이는 파워윈도 모터, 엔진 냉각을 돕는 쿨링팬 모터 등을 생산해 현대차·기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에 납품한다. 차량용 모터시장에선 국내 경쟁 상대가 없고 독일 보쉬, 일본 덴소 등이 유일한 경쟁상대다. 모터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기도 하다. 디와이오토는 ‘제2의 테슬라’로 불리는 미국 전기차업체 리비안에 리어와이퍼용 모터를 납품하고 있다. 또 이 회사가 개발한 순수 전기신호식 조향장치에 들어가는 모터 역시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카누에 공급되고 있다.

이 회사가 현대자동차와 공동 개발한 '센서 클리닝'기술은 2023년 양산될 현대차의 첫 상업용 완전 무인 자율주행차량 '아이오닉5 로보택시'에 탑재돼 미래 성장동력도 확보했다는 평가다. '센서 클리닝'기술이 적용된다. 센서 클리닝이란 자율주행차의 눈 역할을 하는 카메라, 라이다 센서가 흙탕물, 새 배설물, 먼지 등으로 오염될 경우 이를 자동 세척하는 장비다. 센서 클리닝이 실제 양산되는 자율주행차에 장착되는 것은 세계 최초다. 이 회사가 2030년 매출 1조원을 목표로 내건 배경이다.
골프카, 크레인, 자동세차기, 콘크리트펌프카...모두 국내시장 석권
디와이그룹은 유압실린더 기술을 활용해 사업다각화를 모색하던 중, 당시 외국산 장비가 장악하던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어 잇따라 성과를 냈다. 카고 크레인과 콘크리트펌프카, 골프카, 자동세차기가 그 시장이다. 콘크리트펌프카를 제외하면 모두 현재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다. 디와이이노베이트는 지난해 매출이 1524억원으로 전년 보다 71% 급증했다. 골프카 국내 수요 급증과 일본 수출 증가, 카고 크레인과 콘크리트펌프카의 수출 확대 덕분이다.



일본 야마하와 국내에서 경쟁하고 있는 이 회사의 골프카(에이프로)는 최근 일본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중국, 베트남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건설부자재와 이삿짐 등 운반에 쓰이는 카고 크레인의 경우 그동안 러시아와 중동지역 수출이 많았고 인도와 베트남로 수출선을 다변화할 전망이다. 콘크리트를 높은 건물로 타설할 때 쓰이는 콘크리트펌프카는 현대백화점그룹의 에버다임과 경쟁하고 있다. 북미와 유럽지역 수출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디와이이노베이트는 사업영역을 확장해 선진국에선 리조트, 놀이공원 등에서 보편화된 마이크로(소형)모빌리티 시장에 내년 진입할 예정이다. 자동세차기사업 역시 원격제어가 가능한 세차타운 플랫폼 개발사업으로 발전시켜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5년내 매출 2배(3000억원)가 목표다.
無노조, 국내 첫 이익공유제, 독서경영 등도 회사의 저력
디와이그룹 창업주인 조병호 회장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후 고(故)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과의 인연으로 대우중공업(현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작업에 참여한 후 기술 개발을 주도했다. 일찍이 독일 만(MAN)과 일본 기업에서 유압실린더 기술을 익힌 조병호 회장은 당시 외국산이 장악한 산업기계를 국산화해보겠다는 의지로 1978년 동양유압(현 디와이그룹)을 창업했다. 건설기계용 유압실린더에이어 자동차용 모터, 카고 크레인, 자동세차기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면서 모두 첫 국산화라는 기록을 세웠다.

2006년엔 전 임직원을 모아놓고 불량품을 쇠망치로 부수는 ‘불량품 폐기식’을 여는 등 품질경영에도 드라이브를 걸었다. 당시 해외 납품하던 제품 일부에 불량이 생기자 50여개 하자 제품에 대한 책임으로 전체 납품물량 30만개를 모두 회수해 폐기하고 수십억원의 비용을 들여 다시 생산해 납품했다. 2006년 3월 직원들이 인천 한 체육관에 집결해 불량품을 직접 쇠망치로 부수는 ‘눈물의 불량품 폐기식’을 열었다. 1995년 ‘애니콜 화형식’으로 불량률을 낮춘 삼성전자와 같은 충격요법을 쓴 것이다.



‘무(無)노조’, ‘이익공유제’, ‘독서경영’ 등 독특한 기업 문화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조병호 회장은 학벌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단일 연봉제’를 도입했다. 고교 졸업 후 4년이 지나거나 전문대 졸업후 2년이 지나면 무조건 대졸 초임으로 연봉을 맞춰준다. 디와이그룹엔 노동조합이 없다. 대신 근로자위원회를 두고 모든 경영 의사결정에 참여시킨다. 말단 직원까지 기업의 매출, 영업이익 등 재무상황을 훤히 꿰뚫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 회장은 기업을 자녀에게 승계하는 대신 전문경영체제를 도입했다. 조 회장은 평소 “회사의 주인은 여러분”이라고 되뇌곤 한다. 2002년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이익공유제를 도입해 당기순이익이 매출의 3% 이상이면 초과된 금액의 일정부분을 무조건 직원들에게 나눠준다. 이 때문에 노사 갈등도 거의 없다. 과거 외환위기(IMF)때나 글로벌 금융위기때, 최근 코로나사태 초기엔 근로자위원회가 나서서 회사의 고통을 분담하기위해 사측에 먼저 인건비 절감 방안을 제안할 정도다.

이 회사 모든 직원들은 1년에 책 4권을 읽은 뒤 독후감을 써야하고 읽은 책에 대한 인터뷰에 합격해야 승진할 수 있다. 상근 독서지도사가 근무하며 직원들의 독서 생활을 돕고 있다. 모든 직원은 매일 돌아가면서 ‘3분 스피치’도 해야한다. 조직 문화도 훈훈하다. 1978년 그룹 설립 후 현재까지 150쌍의 사내 커플이 탄생해 결혼으로 이어졌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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