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사흘 앞둔 그제 함경남도 신포 해상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쐈다. 미국 국무부는 이달 중 북한이 풍계리에서 7차 핵실험 준비를 완료할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의 최근 핵무기 선제공격 협박과 맞물려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SLBM은 바닷속에서 기동하는 잠수함에서 발사해 탐지가 어려워 ‘보이지 않는 핵주먹’으로 불린다. 북한 잠수함이 동해와 서해 등으로 침투해 불시에 SLBM을 쏜다면 방어하기 매우 어렵다. SLBM이 ‘안보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이유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소형화한 탄두, 즉 전술핵 개발 목적인 것도 주목된다. 전략핵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탑재용으로 미국 본토 등을 겨냥한 것이라면 전술핵은 한국 공격용 무기다.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북핵 위협은 우리 눈앞의 현실로 바짝 다가온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은 올 들어 괴물 ICBM뿐만 아니라 저고도, 고고도, 회피 기동, 극초음속 등 다양한 핵 운반수단(미사일)을 선보인 마당이다. 발사 플랫폼도 열차와 잠수함 등으로 다양화해 기습 공격 능력을 높이고 있다. 김정은이 예고한 대로 핵 투발 수단의 다변화가 차근차근 실행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개발을 추진하는 신형 미니 SLBM 등 각종 미사일에 소형화한 핵탄두를 얹는다면 말 그대로 ‘핵무기 풀세트’ 완성으로, 이는 남북한의 심각한 전략무기 불균형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남조선군은 전멸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김여정의 말을 허풍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우리의 대응 능력이 급속도로 고도화하는 북한 핵·미사일 능력에 못 미친다는 점이다. 북핵 공격을 사전 탐지해 타격하는 ‘킬 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등 방패를 준비하고 있지만, 완성에 수년 기다려야 한다. 그나마 하강 단계의 고고도 방어망은 사드 1개 포대뿐으로 수도권 방어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미사일 방어망을 아무리 촘촘하게 짜도 핵미사일 한 방만 뚫리면 결과는 재앙이다.
그런데도 물러가는 문재인 정부는 평화 프로세스가 파탄난 판에 “한반도 운명을 바꿀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자화자찬하기 바쁘고, 윤석열 당선인 인수위는 공약에 있던 사드 추가 배치를 국정과제에서 뺐다. 북한이 핵·미사일 위협 수위를 높인다면 사드 추가보다 더한 것이라도 해야 정상이다. 국민 생명을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어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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