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그 지정학적 운명 때문에 좋든 싫든 서로 협력해야만 할 대상이다. 같이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본에 대한 감정적이고 부정적인 선입견이나 고정 관념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일본을 알 필요가 있다. 그것이 일본을 넘어설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가 보고 느낀 일본 사람 이야기를 소개할까 한다.
일본 국민은 놀라울 정도로 교육이 잘 된 국민이다.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 많다는 뜻이 아니다. 통계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대학 진학률은 한국이 앞설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나 공동생활에 필요한 공중도덕을 철저하게 가르친다. 더불어 사는 규칙과 지혜를 가르치는 것이다. 잘 알려진 ‘오·아·시·스’ 교육이다.
‘오하요 고자이마스(아침인사)’ ‘아리가토(감사합니다)’ ‘시쓰레이시마스(실례합니다)’ ‘스미마셍(미안합니다)’의 일본말 앞머리만 딴 것이다. ‘메이와쿠 가케루나(남에게 폐를 끼치지 마라)’는 일본에서는 일반화한 일본의 국민정신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몇 년 전 중동에서 무장 이슬람국가(IS) 폭도들이 일본의 젊은 프리랜서를 억류한 뒤 TV를 통해 일본 정부에 공개 협상을 제의한 사건이 있었다. 온 일본이 떠들썩하고 야단이 났다. 그러나 협상은 이뤄지지 않았고 그 젊은이는 처형되고 말았다. 그 후 그의 어머니가 TV에 나와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자기 아들로 인해 정부와 국민에게 큰 폐를 끼쳐 미안하다는 내용이었다. 어느 나라의 어머니가 자기 아들을 잃고 이런 자제된 말을 할 수 있겠는가를 생각하면 놀랍기보다 무섭기까지 했다.
또 다른 사례가 있다. 일본에서 온타케산(御嶽山)이라는 휴화산이 갑자기 폭발해 그 주변에 등산 온 수십 명이 죽고 그중 6~7명은 화산재에 덮여 시신도 찾지 못했다. 화산 폭발이 9월이었는데 11월이 되자 춥고 눈도 내려 더 이상 수색이 불가능해 자위대와 소방대원들이 수색을 포기하고 하산했다. 그러자 그 유족들이 나와 줄을 서서 하산하는 그들에게 감사하다고 절을 하며 고마워하는 모습을 TV에서 본 일이 있다. 아무도 울고불고하는 사람이 없고 당국을 원망하거나 수색을 계속하지 않느냐고 항의하는 사람도 없었다. 일본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이다. 이런 생각이 일상의 생활 속에서도 늘 지켜지고 있다. 일본에서 살아보면 이런 것들은 쉽게 느껴진다.
이 모든 것이 교육의 힘인 것 같다. 우리도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는 더불어 사는 지혜와 공중도덕만이라도 철저하게 가르쳤으면 한다. 마침 교육감 선거가 한창이니 새로 선출되는 교육감들에게도 이런 소망을 담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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