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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완구업계…'팬덤 공략' 돌파구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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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 티렉스’가 포효하듯 입을 크게 벌리고 있다. 공룡 인형을 품에 안은 아이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걸렸다. 다음달 개봉하는 미국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쥬라기월드’ 시리즈 신작 개봉을 앞두고 출시된 폭군 티렉스 등 쥬라기 월드 글로벌 공식 완구(사진)는 완구 업체 손오공이 유통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영화, 애니메이션,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콘텐츠산업과 완구 간 시너지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심 차게 준비한 공룡 인형은 과연 저출산의 늪에 빠진 완구업계를 구원할 수 있을까.

최대 성수기라는 어린이날을 맞았지만 완구업계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다. 고임금·저출산이라는 구조적 그늘이 워낙 짙기 때문이다. 사양길에 접어든 완구업계는 가정의달에도 재기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요 완구 업체들은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팬덤을 지닌 키덜드(키즈+어덜트) 소비자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거나 NFT(대체불가능토큰) 등 최신 정보기술(IT)과 관련된 완구 제품을 개발하는 식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금형 제작 및 사출 성형, 봉제 등이 핵심인 완구 제조업은 대표적인 노동 집약 산업으로 분류된다. 국내 완구 제조업은 저임금 노동력을 바탕으로 1990년 수출 세계 3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임금이 급격히 오르면서 대부분 업체가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거나 문을 닫았다. 1987년 732개였던 국내 완구 제조업체는 현재 수십 개 업체가 명맥만 이어가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출생아 수가 급감한 점도 큰 타격이 됐다.

주요 완구 회사들은 완구 제조를 포기하고 캐릭터 콘텐츠 및 완구 유통 회사로 속속 탈바꿈했다. 성공적인 콘텐츠를 다양한 사업 분야에 응용하는 ‘원소스 멀티유스’ 전략에도 집중했다.

손오공이 2000년대 초 선보인 팽이 장난감 ‘탑블레이드’는 원소스 멀티유스 전략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제작비 3분의 1을 담당한 탑블레이드 TV 애니메이션이 큰 인기를 끌면서 관련 완구 제품 판매량이 연간 수백만 개에 달했다. 쥬라기월드 글로벌 공식 완구를 출시한 것도 이 같은 원소스 멀티유스 전략의 일환이다.

1981년 봉제 인형 제조 업체로 출발한 오로라월드도 원소스 멀티유스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2007년 출시한 동물 캐릭터 ‘유후와 친구들’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성장의 발판을 다졌다. 유후와 친구들은 80여 개국에서 TV 애니메이션이 방영됐으며, 관련 완구 제품의 누적 판매량은 1억 개를 웃돈다. 최근에는 클레이튼 기반의 P2E(play to earn) 게임 ‘쉽팜 인 메타랜드’ 개발 업체와 협업에 나섰다. 메타버스 게임 속 디지털 NFT를 실물 피규어로 개발해 게임 유저에게 제공하는 게 목표다.

영실업도 출시한 지 20년이 넘은 장수 캐릭터를 완구 제품으로 지속해서 선보이고 있다. 올해는 콩순이 시리즈의 인기 제품인 ‘콩순이 말하는 냉장고’ ‘척척박사 우유와 뉴 콩순이 냉장고’ 등을 리뉴얼해 선보였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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