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실효적인 대북 제재를 유지하면서 경제 협력은 비핵화와 연계해 추진하는 대북 정책을 공개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에 대비해 ‘경제안보’ 외교를 강화하고 미국과 ‘경제·안보 2+2 회의’도 추진하기로 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3일 이 같은 대북·외교 정책을 국정과제로 발표했다. 인수위는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통해 한반도에 지속 가능한 평화를 구현하겠다”고 명시했다. 과거 북핵 협상 원칙으로 쓰였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서 ‘불가역적’ 문구가 빠졌다. 인수위 측은 “단계적으로 확실하게 북핵 폐기가 진행되면 되돌아가지 않는 모델”이라며 CVID가 여전히 유효함을 확인했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 양국이 조율을 통해 비핵화 로드맵을 만들어 상호주의 원칙 아래 비핵화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실질적 비핵화 진전을 위해 ‘남·북·미 3자 간 안보대화채널’의 제도적 기반을 만들기로 했다. 판문점이나 미국 워싱턴DC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안정적 대화 채널을 가동하는 방식이 추진될 전망이다.
남북 관계 정상화를 위해 ‘남북 경제협력 로드맵’도 만들기로 했다. 인프라·투자금융·산업기술 등 분야별로 경제발전 계획을 종합해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따라 남북 공동의 경제발전 계획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외교 분야에선 미·중·일·러 등 주변국과 협력을 강화한다. 한·미 관계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중국과는 상호 존중에 기반해 한반도 문제뿐 아니라 경제·공급망·미세먼지·문화교류 등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경제안보 환경을 조성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한다. 총리 직속으로 ‘신흥안보위원회’를 설치해 경제안보 사안에 대한 대응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미국과는 ‘경제·안보 2+2 장관회의’를 추진하는 등 원천 기술을 많이 보유한 미국, 일본, 유럽 등과 협력을 강화한다.
국방 분야에선 ‘북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의 획기적 보강’을 국정과제로 명시했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미사일 방어 전략인 ‘한국형 3축 체계’가 부활했다. 다만 윤 당선인이 선거 당시 공약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는 국정과제에서 빠졌다. 국방백서에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적’이라는 표현을 넣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였던 지난 1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주적은 북한’이라는 글을 올렸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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