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우리은행의 614억원 규모 횡령 사고와 관련해 "사실관계를 규명해서 사고 책임 관련자에 대해서는 엄정 조치하고, 내부통제 미비점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원장은 3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해 "최근 발생한 대형 금융사고는 은행권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간담회엔 이원덕 우리은행장을 포함해 17개 국내은행장들이 참석했다.
정 원장은 "금감원은 외부감사인의 감시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 조사하고 있으며, 회계법인의 품질관리시스템상 미비점이 있는지도 점검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감독당국 검사과정에서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른 은행장들에게도 "각 은행 자체적으로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에 문제가 없는지 긴급점검하시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주문했다.
추가로 은행권 예대마진과 관련해서도 "금리상승기 은행이 과도한 예대마진을 추구한다면 금융이용자의 순이자부담이 늘어나 장기적으로 국민들로부터 신뢰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예대금리차가 적정한 수준에서 관리되고 금리산정 절차가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운영되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정 원장은 "금융당국 차원에서도 은행의 금리 산정·운영에 대한 시장규율이 원활히 작동될 수 있도록 예대금리 공시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은행권 예대금리차 월별 공시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는 은행권을 둘러싼 대내외 리스크를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높이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신흥국 디폴트 위험 확대, 국내경제의 하방 리스크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정 원장은 "은행권도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며 "대내외 충격에도 은행이 자금중개기능을 차질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위기 국면이라는 인식 하에 은행들이 잠재 신용위험을 보수적으로 평가해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아야 하고 자사주 매입·배당 등은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이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금감원은 은행이 대손충당금과 자본을 충분히 적립했는지 점검하고, 손실흡수능력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도 나설 계획이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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