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일 일산 안양 수원 용인 등 경기도 내 도시들을 잇따라 방문했다. 지난달 11일 이후 이어지고 있는 ‘전국 순회 민심 행보’의 일환이다. 이날 모든 일정엔 6·1 지방선거에 출마한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가 동행했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에선 “지나치게 지방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은혜와 경기도 현안 점검
윤 당선인은 이날 일산 수도권광역철도(GTX)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주민들을 만났다. 윤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1기 신도시의 종합적인 도시 재정비 문제를 신속히 추진하겠다”며 “여야가 관련 법 개정안을 내놓은 만큼 신속한 합의로 법안을 확정짓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일부 장관 후보자가 시장 불안을 우려해 내놓은 신중론에 관련해서는 “언론 보도에 절대 오해할 일이 없다”며 “선거 때 약속드린 것은 반드시 지킨다”고 강조했다.윤 당선인은 안양에서도 1기 신도시 재건축과 관련된 현안을 다시 한번 점검했다. 평촌 신도시의 노후 아파트를 직접 찾아 실태를 살피기도 했다. 수원에서는 군비행장 소음과 관련해 주민 간담회를 했다. 용인 중앙시장에선 주민과 상인들의 이야기를 현장에서 직접 들었다.
김은혜 후보는 하루 종일 윤 당선인과 함께하며 보좌했다. 윤 당선인이 추진을 공언한 1기 신도시 재정비는 경기지사 선거의 핵심 현안이다. 김용남 국민의힘 수원시장 후보, 이상일 용인시장 후보 등도 해당 지역 일정에 함께하며 지역 유권자들을 만났다. 지난 1일 공개된 한국갤럽·중앙일보 조사에서 김은혜 후보는 42.7%, 김동연 민주당 후보는 42.6% 지지율로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선거 개입 논란 점화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김동연 후보는 “6·1 지방선거에서 윤 당선인이 선거에 개입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의도가 명백한 노골적 선거 개입으로 대통령이었으면 탄핵감”이라고 비판했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도 “윤 당선인이 국민의힘 시·도지사 후보들과 동행하며 선거 유세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를 서슴지 않는다”며 “명백한 선거 개입”이라고 말했다.정치권에서는 3월 대선 이후 2개월여 만에 지방선거가 치러지면서 대통령 당선인의 행보와 관련해 전에 없던 논란이 일고 있다고 분석한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인 만큼 지역을 돌더라도 후보들과 함께하는 행보에는 신중해야 한다”며 “며칠 뒤 대통령에 취임할 신분인 만큼 현직 대통령에 준해 정치적 중립에 힘써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역대 대통령도 선거를 앞두고 지방을 돌며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며 “지난해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도 가덕도를 찾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문 대통령은 보궐선거 41일을 남겨두고 부산지역 최대 현안인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를 찾았다.
노경목/양길성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