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인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장은 육탄전에 고성과 욕설이 난무한 아수라장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두 개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중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한 처리에 나서면서 이를 저지하려는 국민의힘과 강하게 충돌했다.
몸싸움은 본회의에 앞서 3층 국회의장실에서부터 시작됐다. 의원총회를 마친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의장실로 몰려가 면담을 요구하며 의장실을 포위했다. 복도에 앉아 ‘검수완박 규탄’ 구호를 외치던 의원들이 본회의장으로 입장하려는 박병석 국회의장을 에워싸고 거세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이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고, 허은아·황보승희 의원도 병원을 찾았다. 김웅 의원은 “××, 천하의 무도한 놈들”이라고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의장실 직원들에게 여성 의원들이 밟혀 다쳤다며 진상조사와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기로 했다.
소란 끝에 오후 4시23분께 개의한 본회의에서 검찰청법은 재석 177명 중 찬성 172명, 반대 3명, 기권 2명으로 표결 처리됐다.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의원들은 가결이 선포되자 의장 단상 앞으로 나가 거세게 항의하고, 들고 있던 피켓을 던지기도 했다.
특히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은 이후 막말 논란으로 번졌다. 배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 도중 박 의장에게 “제발 멈추시라고 얘기했음에도 당신의 그 앙증맞은 몸으로 저희를 걷어차며 용맹하게 국회의장석으로 올라오셨다”며 “역대 최다급 해외 순방을 다니고 의전을 누리는 게 국회 민주주의 수장이 할 일이냐. 사퇴하라”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 의원들은 배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대한민국 입법부 수장에게 차마 입에도 담기 힘든 모욕적 언사를 한 배 의원은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욱 의원은 “앙증맞은 몸이란 말은 자신보다 나이가 적거나 자신이 가르쳐야 할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말로 국회의원들끼리 사석에서조차 절대 할 수 없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검찰청법 개정안 강행 처리 직후 검수완박의 나머지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상정했다. 형사소송법 상정 후 오후 5시께 필리버스터가 시작됐다. 지난달 27일 필리버스터 때처럼 본회의장 의석은 대부분 비어 있었다.
첫 주자로 나선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오늘은 문재인 정권의 대선 불복이자 민주주의 파괴의 날로 기억될 것”이라며 “우리 스스로가 검찰 수사의 칼날을 피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필리버스터는 이날 밤 12시 종료됐다.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3일 열릴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두 법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인 9일 이전에 열릴 국무회의에서 의결·공포될 가능성이 높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