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일선 판사들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1·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무죄 판결받았다. 수석부장판사에게 일선 재판부 판단에 개입할 권한이 없기에 직권남용도 없다는 원심의 법리를 대법원도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8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 전 부장판사의 상고심에서 원심의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2015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근무하며,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사건 재판 등에 개입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당시 재판장에게 재판 중 ‘중간 판단’을 내려 박 전 대통령 관련 의혹이 허위인지 여부를 선고 전에 고지하게 했다. 그리고 판결 이유에 박 전 대통령의 행적 관련 보도가 허위 사실이라고 명시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들의 서울 대한문 앞 집회 사건 판결문에서 논란이 될 만한 표현을 삭제하게 한 혐의와 프로야구 선수들의 원정도박 사건을 약식명령 처분하도록 한 혐의도 받았다.
1심과 2심은 "수석부장판사에게 일선 재판부의 판단에 개입할 권한이 없고, 각 재판부가 법리에 따라 합의를 거쳐 판단했을 뿐 임 전 부장판사로 인해 권리행사에 방해받은 것은 아니다"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직권 없이는 직권남용도 없다'는 법리에 따른 판단이다.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그의 행동이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후 2심은 "위헌적 행위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며 '부적절한 재판 관여 행위'로 수위를 다소 낮췄다.
대법원의 이날 선고로 임 전 부장판사는 '사법농단'(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전·현직 법관 14명 중 6번째로 무죄가 확정된 인물이 됐다.
임 전 부장판사는 판결 직후 “법리에 따른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대법원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저로 인해 많은 국민과 법원 가족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다시 한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변호사로서 사법에 대한 신뢰 제고에 이바지하고 사회에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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