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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유동성이 효자? ‘리츠 질주’의 또 다른 해석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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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04월 27일 17:5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탄탄한 리츠(부동산투자회사·REITs) 주가는 어쩌면 시장 위험을 즉각 즉각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한 부동산 금융회사 임원)

국내 상장 리츠가 최근 주가 급락에도 되레 강세를 나타내 관심을 끌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리츠인프라·우선주 혼합지수’는 이날 1910.85로 마감했다. 전체 구성 종목의 70%를 리츠로 설계한 이 지수는 이날까지 5거래일 동안 0.13% 상승했다. 코스피 지수가 2639.06으로 같은 기간 2.93% 급락한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NC백화점 야탑점 등을 보유한 이리츠코크렙은 이날까지 7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여의도 하나금융투자빌딩(사진)을 보유한 코람코더원리츠는 5거래일 연속 상승을 마치고 이날 보합으로 마감했다. 지난 3월 28일 주당 5000원에 상장한 코람코더원리츠는 7거래일 만에 6000원을 돌파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몇몇 전문가들은 미국 등 다른 선진국과 달리 한국 상장 리츠가 선전하는 배경으로 특유의 ‘낮은 거래 유동성’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 금리의 가파른 상승기 대규모 차입금을 활용하는 리츠 주가의 강세를 자연스럽다고 보기 어려워서다. 미국 리츠 시장의 대표 지표로 꼽히는 MSCI US REIT 지수는 전날까지 5거래일 동안 4.2% 급락했다.

한 부동산 전문 운용사 임원은 “임대료를 올릴 수 있는 리츠가 ‘인플레이션 피난처’로서 매력을 지닌 것도 사실이지만, 금리 상승기엔 주가가 내리는 게 상식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역설적이긴 한데 상품 수가 적고, 다른 종목보다 유동성도 떨어지다 보니 국내 리츠와 주식시장 간 상관관계가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 상장 리츠의 빈약한 거래 유동성은 짧은 역사에 기인한다. 2018년 이리츠코크렙과 신한알파리츠의 상장으로 본격 성장 궤도에 오른 공모 리츠시장은 아직 넓은 수요 기반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국내 19개 상장 리츠 가운데 최다 거래량을 나타낸 종목은 제이알글로벌리츠로 거래대금은 33억원에 그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시가총액 1000억~3000억원 규모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종목당 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3월 기준 968억원, 하루 46억원이다.

결국 거래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조금씩 흘러들어오는 자산가와 기관 수요가 탄탄한 주가를 만들어냈다는 해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관이 국내외 리츠 투자 자금을 많이 배분해놓은 상황인데, 국내 상장 리츠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기초자산이 다양한 미국과 달리 국내 장기 임대차 구조의 상품이 대부분”이라며 “기관에서도 리츠를 사고파는 상품이라기보다 돈을 묻어놓기 위한 용도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금은 강점으로 받아들여지는 리츠의 낮은 유동성이 언제든 약점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적은 수요로 주가를 띄울 수 있는 만큼 그 반대 흐름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선진 리츠 시장과 주가 괴리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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