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27일 14:1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란 투자를 할 때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세 가지 요소를 고려하는 접근방법을 말한다. 자본시장의 주된 투자대상이 기업이나 실물자산이므로, 실제로는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이나 ESG 성능이 우수한 실물자산을 선별해 투자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인류가 직면한 ESG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생산활동을 담당하는 기업이 ESG 경영을 해야 하고, ESG 투자가 기업으로 하여금 ESG 경영을 하도록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ESG 투자는 자본시장의 주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반대로 기업은 그러한 자본시장의 동향을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ESG 투자를 위해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이나 ESG 성능이 우수한 실물자산을 선별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비록 ESG 투자라는 말은 최근 들어 유행하고 있지만, 그와 맥락을 같이하는 지속가능투자, 책임투자 등의 전통이 오래 전부터 있었기 때문에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고려하는 투자의 방법 또한 꾸준히 발전해 온 것이다. ESG 투자의 방법은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선별전략과 통합전략이 있는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고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ESG 투자가 똑똑해지고 있는 것이다.
ESG 투자의 초기에는 네거티브선별(Negative Screening)이 널리 활용됐다. 네거티브선별이란 ESG 이슈와 관련해 부정적인 영향을 발생시키는 기업이나 실물자산을 투자대상에서 제외하는 전략을 말한다. 흔히 죄악산업(Sin Industries)이라 불리는 술, 담배, 마약, 포르노, 무기 등의 생산과 관련된 주식을 사지 않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전통적인 윤리투자는 말할 것도 없고, 최근의 ESG 투자도 네거티브선별을 많이 사용한다. 배제할 대상만 특정하면 쉽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문제는 네거티브선별을 적용할 경우 투자대상의 범위가 좁아지고, 때에 따라서는 투자를 회수해야 할 수도 있어서 수익률이 낮아진다는 사실이다. ESG 투자의 성과에 관한 초기 연구 중에는 부정적인 결과를 보고한 사례가 많은데, 이는 당시의 ESG 투자가 대부분 네거티브선별을 택했기 때문이다.
네거티브선별과 반대되는 전략으로 포지티브선별(Positive Screening)이 있다. 이는 ESG 이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업이나 실물자산에 우선 투자하는 방법인데, 그 난이도는 네거티브선별보다 높다. 네거티브선별을 위해서는 ESG 이슈에 부정적인 기업이나 실물자산이 무엇인지만 알면 되지만, 포지티브선별을 하기 위해서는 투자대상 전체를 분석해서 순위를 매겨야 하기 때문이다. 정교한 포지티브선별을 위해서는 광범위한 시장정보와 분석시스템이 필요하다. 포지티브선별은 기존의 자산배분을 ESG 성과에 따라 미세조정하는 틸팅(Tilting)의 방법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포지티브선별도 네거티브선별과 마찬가지로 특정한 섹터가 투자대상에서 배제돼 수익률이 저하되는 문제를 갖고 있다.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구상된 전략으로는 동종최고선별(Best-in-class Screening)이 있다. 동종최고선별은 투자대상 전체에 대해 자산배분을 하되, 각 섹터 내에서 포지티브선별을 하는 방법을 말한다. 따라서 투자대상이 극단적으로 축소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실용적이면서 흑백논리에서 벗어난 방법이고, 부정적으로 보자면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 ESG 이슈를 약간 양보한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 동종최고전략을 엄밀하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각 섹터별로 선별기준을 마련해야 하므로 고전적인 포지티브선별보다 발전된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선별전략들은 투자대상을 선택하는 '방법'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ESG 투자가 발전함에 따라 투자의사결정 과정에 ESG 요소를 체계적으로 반영하는 접근방법이 성숙하고 있는데, 이를 통합전략(Integration Strategy)이라고 한다. 통합은 크게 두 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제도적 통합이고, 둘째는 계량적 통합이다. 제도적 통합이란 투자자 내부에 마련된 정책과 규정에 ESG 투자를 위한 절차와 기준을 명문화하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 기관투자자는 자산배분에서 종목선택에 이르기까지 규칙을 엄밀하게 정하고 있는데, 여기에 ESG 요소를 수익창출과 위험관리의 요소로 포함시키는 것이다.
계량적 통합이란 제도적 통합의 기초가 되는 것으로서, ESG 요소가 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로 분석하여 자산배분이나 가치평가 모형에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ESG 요소와 관련된 시장정보 또한 풍부하게 구축돼야 한다. 여기에는 기업이나 실물자산에 대한 ESG 보고, ESG 평가, ESG 지수 등이 있는데, 아래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간단한 설명만으로도 느낄 수 있듯이 통합전략은 선별전략에 비해 상당히 고도화된 것이다.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자산군의 종류와 관계없이 통합전략에 의한 ESG 투자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통합전략을 향한 움직임은 2000년대 중반 규범기반선별(Norm-based Screening)이라는 모습으로 시작됐다. 여기서 규범이란 PRI(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라는 국제단체가 관리하는 책임투자원칙과 같은 것을 말한다. 이러한 규범은 권위 있는 국제단체가 ESG 투자의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투자자가 이를 준수하기로 서명하고, 주기적으로 그 결과를 보고함으로써 관리되는 종합적인 체계의 형태를 갖는다. 통합전략의 초기에는 이러한 규범이 ESG 투자에 대한 참여를 확산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보다 정교한 통합전략이 발전하면서 전략으로서 역할은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있다.
ESG 투자의 전략에는 그 외에도 테마전략(Themed Strategy)과 행동전략(Activism Strategy)이 있다. 테마전략은 특정한 ESG 이슈에 주목하는 것을 말하고, 행동전략은 투자 시점보다는 투자 후 자산의 소유자로서 기업의 경영이나 실물자산의 운영에 관여하는 것을 말한다. 테마전략의 전형은 임팩트투자라고 할 수 있다. 임팩트투자란 재무적 수익과 함께 특정한 사회적, 환경적 영향을 고려하는 투자로서 주로 사회적 기업을 투자대상으로 한다. 이러한 테마투자가 최근에는 클린에너지펀드, 기후변화 ETF 등 보다 계량화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행동전략의 경우는 투자자산의 범위 면에서 확장된 모습을 보인다. 과거에는 주식투자와 관련해서 위임장 경쟁과 같은 주주관여가 중심을 이뤘지만, 최근 ESG 채권의 발행, 녹색임대차 도입과 같은 움직임이 커지면서 채권자, 부동산의 소유자로서의 관여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ESG 투자의 고도화는 그저 새로운 트랜드가 출현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기관투자자의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는 GSIA(Global Sustainable Investment Alliance)가 격년으로 발표하는 통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지역별로 결성된 ESG투자 단체의 연합체인 GSIA는 GSIR(Global Sustainable Investment Review)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ESG투자의 전략별 시장규모를 집계하고 있다. 2016, 2018, 2020년을 대상으로 하는 최근 3개 보고서의 통계를 보면 ESG 투자의 전략 변화를 잘 파악할 수 있다.
2020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전략은 ESG 통합으로서 시장규모가 25조 달러를 넘는다. 그 뒤를 네거티브/배제선별(15조 달러), 경영관여/주주행동(10.5조 달러), 규범기반선별(4.1조 달러)이 따르고 있다. 전통적인 네거티브/배제선별은 적용하기가 간편해서 2018년까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ESG 관련 정보체계가 발달하면서 ESG 통합의 비중이 빠르게 성장해 2020년 순위가 바뀌었다. 이는 2016년 대비 성장률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네거티브/배제선별의 성장률이 0%인 반면, ESG통합의 성장률은 143%에 달한다. 가장 큰 성장률을 기록한 전략은 지속가능/테마투자다. 이는 최근 테마형 ETF가 크게 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규범기반선별은 ESG 통합과 같이 고도화된 전략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전통적인 재무투자는 경기, 산업, 금융 등과 관계된 수많은 변수를 투자과정에 통합해 고려하고 있다. 그에 비해 ESG 투자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관련된 변수를 제한적인 방법으로 고려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ESG 투자도 이제 통합의 단계로 들어서고 있고, 따라서 전통적인 재무투자 못지않게 투자기법이 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ESG 이슈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은 편에 속한다. 정부의 정책이나 규제 또한 국제적인 수준에 비해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 하지만 ESG 투자의 수준을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해보면 아직 경쟁력이 약한 것이 사실이다. 다수의 금융기관이 탈석탄 선언을 하고 있지만, 이러한 네거티브선별을 넘어 ESG 통합의 모습을 보이는 기관투자자는 아직 흔치 않다. 점점 똑똑해지는 ESG 투자의 글로벌 트랜드를 따라잡아야 한다.
정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