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과 함께 국내 완성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르노코리아·쌍용자동차·한국지엠(르·쌍·쉐)의 올 1분기 생산량이 18년 만에 최소치로 떨어졌다. 판매량은 1998년 외환위기 수준으로 회귀했다. 베스트셀링카의 부재와 부품 수급난이 겹친 탓이다.
27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1분기 이들 국내 완성차 업체 3사가 생산한 차량은 총 12만3362대로 전년 동기(12만5천985대)보다 2.1% 줄었다. 역대 1분기 기준 2004년(12만210대)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또한 3사의 올해 1분기 내수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9% 감소한 3만4538대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3만1848대) 이후 최소 수준으로 쪼그라들엇다.
생산에서도 차질을 빚었다. 르노코리아, 쌍용차, 한국지엠은 지난해 연간 43만3960대를 생산하는 데 그쳐 전년(2020년) 대비 24.7% 감소했다.
이들 3사의 연간 생산량은 2014∼2017년 90만대선에서 2019년 70만대선까지 내려온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한 2020년 57만6270대까지 떨어지는 등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한국지엠은 중국 상하이 지역 봉쇄에 따른 부품 수급 차질 영향으로 지난해 1분기(8만6399대)보다도 30.1%나 감소한 6만408대를 생산하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한국지엠은 부평1공장을 2교대에서 1교대 근무로 전환하는 등 가동률을 줄였다.
쌍용차는 올 1분기 전년 동기보다 34.0% 늘어난 2만3460대를 생산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일부 협력사들이 납품 대금 결제를 요구하며 부품 공급을 중단해 공장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던 기저효과가 반영된 결과다.
1분기 기준 대체로 3만대 이상의 생산량을 유지하던 쌍용차는 2020년 이후에는 1만~2만대 선에서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르노코리아의 경우 내수 판매와 수출 감소로 생산라인 근무를 주간 1교대로 축소했던 지난해 1분기보다는 78.9% 늘어난 3만9494대를 생산했다.
2018년까지 1분기에 6만대 이상을 생산했던 르노코리아는 2019년부터 2만~3만대 선으로 떨어진 뒤 종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중국 상하이 봉쇄령까지 겹쳐 부품 수급 차질 현상이 더욱 심화되면서 3사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늦어지는 전동화 전환, 경영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베스트셀링카 부재까지 더해졌다.
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이들 3사는 부품 공급 해외 의존도가 현대차그룹에 비해 큰 편이라 지정학적 리스크에 더 취약하다"며 "신차와 베스트셀링카의 부재, 전기차 출시가 늦어지고 있는 점 등으로 미뤄보면 당분간 극적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