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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연봉 1억' 넘었다…삼성 꼴찌의 반란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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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후자(後子)' 가운데서도 가장 끝자락 자리를 지켰습니다."

삼성엔지니어링 직원들은 스스로 삼성그룹의 대표 삼성 후자라는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룹 간판 기업인 삼성전자에 가려진 데다 2015년 말 완전 자본잠식의 '트라우마'도 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짜 수주 실적이 이어지면서 회사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작년에 사상 처음으로 직원 연봉이 1억원을 돌파한 데다 최근 회사의 재무구조도 17년 만에 가장 좋아졌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1억1000만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9500만원)과 비교해 1500만원 불어난 금액이다. 이 회사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어선 것은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1998년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1억4400만원) 삼성물산(1억1300만원) 등 주력 계열사 연봉 수준은 밑돌지만, 과거 대규모 손실의 아픈 경험을 되돌아보면 괄목할 만한 임금 수준이다.

뜀박질한 연봉의 배경은 실적 향상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9.3% 불어난 5033억원을 기록했다. 2012년(영업이익 7323억원) 후 9년 만에 최대 실적을 거둔 것이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174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62.6% 증가했다.

매출은 2조16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3% 불었다. 이 회사의 1분기 영업이익은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1270억원)도 넘어선 ‘깜짝 실적’이다.

불어난 실적은 재무구조 개선으로 이어졌다. 올 1분기 말 부채비율이 195.9%로, 작년 말(209.0%)보다 13.1%포인트 하락했다. 이 회사 부채비율(매년 말 기준)이 200%를 밑돈 것은 2005년 말(170.6%) 후 처음이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1분기 들어 재무구조 안정 기업군으로 안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금융당국 등은 민간기업의 부채비율을 200%대를 기준으로 이를 넘어서면 재무구조 취약 기업으로 분류한다. 정부가 1997년 외환위기 과정에서 기업 건전성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부채 비율 200%'를 일괄적으로 적용한 이후 이 같은 분류법이 통용됐다.

이 회사 재무구조는 7년 새 눈에 띄게 좋아졌다. 저가 수주한 해외 플랜트 사업에서 손실이 나면서 2013년과 2015년 각각 1조280억원, 1조4543억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손실이 쌓이면서 2015년 말 자본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2016년 2월 1조265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계열사와 일반 주주로부터 자금을 수혈받으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2015년 무더기 손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최대 석유기업인 국영 사우디아람코,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석유기업 ADNOC, 태국 국영 에너지기업인 PTT 등을 대상으로 알짜 수주를 이어갔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등 계열사를 대상으로 수처리·발전설비 등을 수주하면서 실적을 다져나갔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과거 무리한 확장을 바탕으로 비싼 수업료를 치렀다"며 "양적 팽창주의에서 벗어나 기본설계(FEED) 후 설계·조달·시공(EPC) 전략을 전개하면서 실적이 큰 폭 불어났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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