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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 만에 사장 복귀한 니덱 나가모리 회장…후계자 못찾는 日기업들 [이슬기의 주식오마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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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슬기의 주식오마카세에서는 매주 한 가지 일본증시 이슈나 종목을 엄선해 분석합니다. 이번주에는 일본전산 CEO로 복귀한 나가모리 시게노부 회장을 비롯해 일본 기업의 후계자문제에 대해 다룹니다.


"후계자 후보로 약 100명의 사람과 면접을 봤다. 하지만 일본전산그룹의 경영을 맡길 만한 사람이 좀처럼 없었다. 애초 일본 산업계엔 '프로 경영자'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거의 없는 게 아닐까."

나가모리 시게노부 일본전산(니덱) 회장(사진)은 올해 1월 출간한 자서전 '나가모리류 경영과 돈의 원칙(국내 미발간)'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닛산자동차의 '넘버3'였던 세키 준 사장에게 CEO(최고경영자) 자리를 넘긴 지 7개월이 지난 때였다. 나가모리 회장은 세키 사장에 대해 여러 조건이 갖춰진 인재라며 "남은 건 실력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세키 사장은 결국 창업자인 나가모리 회장 눈에 들진 못했다.
○후계자 찾기 실패한 일본전산·유니클로·소프트뱅크
지난 21일 일본전산은 나가모리 회장이 CEO 자리에 복귀한다고 밝혔다. 나가모리 회장은 지난해 6월 세키 사장을 후계자로 점찍고 CEO 자리를 넘겼던 바 있다. 하지만 10개월 뒤 그 선택을 번복하고 다시 CEO 자리에 복귀했다. 22일 일본전산의 주가는 나가모리 회장의 복귀에 장중 3%까지 오르다가 국채금리 상승으로 상승폭을 축소, 8960엔에 장을 마쳤다. 세키 사장은 최고운영책임자(COO)로 격하된다.

선택을 번복한 가장 큰 이유로는 주가 부진을 꼽았다. 나가모리 회장은 21일 기자회견에서 "지금 주가는 견딜 수 없는 수준"이라며 "1만엔을 상회했다면 내가 다시 복귀할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가모리 회장은 창업 당시부터 상장을 꿈꾼 인물로 시장의 기대치인 주가수익비율(PER)에 민감하기로 유명하다.

나가모리 회장은 일본전산이 작년 1조9171억엔의 매출을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기대치, 즉 주가가 낮은 것에 대해 납득하지 못했다. 세키 사장 CEO 취임 당시에만 해도 1만2000~1만3000엔 수준을 유지했던 일본전산의 주가는 1월 시중금리 상승과 함께 급락, 8000엔대에 머물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의 봉쇄 등으로 원재료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일본전산은 전기차 모터코어 전세계 1위자리를 노리고 있다. 일본전산은 '스피드 경영(시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경영기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나가모리 회장의 CEO 복귀에 힘을 실었다.

일본 창업자들이 후계자를 찾기에 실패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야나이 다다시 퍼스트리테일링(유니클로) 창업자 역시 2002년 일본IBM 출신의 다마즈카 겐이치 현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에게 CEO 자리를 넘겼던 바 있다. 그러나 다마즈카 사장 취임 이후 유니클로가 H&M 등에 고전하며 실적이 둔화되자 야나이 다다시 회장은 2005년 다시 CEO 자리에 복귀했다. 소프트뱅크그룹 창업자 손정의 회장 역시 니케시 아로라 부사장을 후계자로 점찍었으나, 지속적인 갈등으로 아로라 부사장은 1년만에 회사를 떠났다.
○경영자 교육 나서는 日 창업자들
일본 기업인들은 후계자 찾기에 실패하는 이유로 교육의 부재를 꼽는다. 나가모리 회장은 자신의 책에서 "진짜 경영자를 육성하려면 15살부터 교육이 필요하다"며 "일본의 공교육 현장에선 경영에 대한 교육은 커녕 돈에 대해 배울 기회도 별로 없다"고 짚었다. 자신이 창업 당시부터 해왔던 재무적 고민 등을 엮은 자서전을 집필한 것 역시 "경영자 꿈나무가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손정의 회장은 2010년 기업 내 '소프트뱅크 아카데미아'를 설립, 소프트뱅크그룹을 이끌어 갈 수 있는 후계자 발굴·육성을 이어가고 있다. 손 회장이 직접 교장을 맡고 있는 소프트뱅크 아카데미아에선 사내 뿐 아니라 사외 인사도 참여해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반면 미국 유수의 기업들은 순조로이 세대교체를 이어가고 있다. 팀 쿡 애플 CEO는 스티브 잡스라는 카리스마 경영인을 보란듯이 대체했다. 그가 취임한 이후 애플은 세계 최초 시가총액 3조달러를 기록한 기업이 됐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빌게이츠 이후에 사티아 나델라라는 훌륭한 CEO를 맞이해 클라우드 중심의 차세대 기업으로 거듭났다. 일본 산업계에서는 주요 기업들이 미국처럼 세대교체에 성공하지 않는다면 미래가 없다며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전산은 한 번 더 후계자 찾기에 돌입하겠단 계획이다. 다시금 CEO 자리에 도전하겠다는 세키 COO가 가장 유력한 CEO 후보이지만, 요시다 신야 최고관리총괄책임자(CFMO)를 비롯해 주요 임원 5명도 모두 후계자 후보가 된다. 나가모리 회장이 "가장 실적이 좋은 사람이 차기 CEO"라고 단언한 만큼 후계자 후보들은 전기차 모터코어 사업 등에서 실적을 내겠다는 포부를 나타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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