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은 명품의 그림자다. 명품시장이 커질수록 짝퉁 시장도 커진다. 전 세계 짝퉁 시장 규모는 2000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내 명품시장은 16조원으로 작년 대비 13% 증가했으나 명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잊을만하면 ‘짝퉁’ 논란이 일어서다. 국내 최대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조차도 짝퉁을 판매해 신뢰도에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이우창 캐치패션 대표(사진)에게 국내 온라인 쇼핑몰의 짝퉁 논란에 대해 물었다. 캐치패션은 타 온라인 명품 플랫폼과는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 병행수입업자가 상품을 가져와 판매하는 일반 플랫폼과 달리 캐치패션은 해외의 명품 유통 사이트를 연결해주는 시스템이다. 명품 커머스계의 ‘호텔스닷컴’이다. 캐치패션은 머스트잇, 발란 등 명품 플랫폼을 “해외 플랫폼과 공식 파트너처럼 허위 홍보했다”며 고발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아직 조사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국내 명품 온라인 유통구조는 선의의 피해자 만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명품의 유통경로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짝퉁이 섞여 들어와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는 것”이라며 “병행수입 형태는 누구한테 상품을 받았는지 말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병행수입은 해외 상품을 국내 공식 수입업체가 아닌 일반 수입 업자가 다른 유통경로를 거쳐 국내에 들여오는 방법이다. 병행수입업자들이 국내에 상품을 가져오는 방법은 다양하다. 해외 명품 판매처에서 물건을 사오거나 명품 생산공장에서 직접 상품을 들여오는 방법들이다.
판매가격은 백화점 등 공식 유통 루트를 이용할 때보다 훨씬 저렴하다. 상품을 가져오는 과정에서 짝퉁이 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패션업계에서는 이런 식으로 시중 명품 플랫폼에 짝퉁이 유입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양심적인 병행수입업자도 짝퉁을 구별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짝퉁을 없애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유통구조를 명확히 밝히는 방법이다”고 말했다. 병행사업자가 누구에게 상품을 받았는지 유통 경로를 밝히면 된다. 그러나 대부분 온라인 명품 플랫폼에서는 유통 구조에 대한 설명을 찾아볼 수 없다.
명품 플랫폼은 짝퉁 논란이 커지자 200% 보상제도를 들고나왔다. 소비자가 구매한 상품이 짝퉁임을 증명하면 가격의 2배를 보상해준다는 내용이다. 이런 사후 보상제도로는 짝퉁 유통을 막을 수 없다는 게 패션업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이 대표는 “롯데백화점 명품관에서도 짝퉁이 나오면 200% 보상한다고 말하느냐”며 “백화점은 상품을 각 브랜드에서 직접 받기 때문에 짝퉁이 나올 수도, 보상할 필요도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짝퉁을 피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만약 오프라인에서 명품 산다면 백화점이나 명품의 공식 판매처에서 구매하면 된다”며 “온라인에서 구매하려면 세계 각국에 있는 브랜드의 공식 판매처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캐치패션은 작년 8월 신한 캐피탈 등으로부터 21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투자금은 명품 플랫폼의 공식 파트너사를 늘리고 기술·개발 인력을 채용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의류와 핸드백에서 럭셔리 가전 등으로 점차 상품군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