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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현의 디자인 싱킹] 마이너스전략, 플러스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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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하늘색을 바꾸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환경·윤리적 소비는 기업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낸다. 그린, 에코, 친환경,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키워드를 자신의 핵심 가치로 내거는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환경 보호에 목소리를 내지 않는 기업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오프라인 회의 공간을 메타버스에 구현한 스파샬의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창업을 결심한 이유 중 하나는 비행기 운행 과정에서 분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유럽인은 정말로 시간을 다투는 시급한 일이 아니면 3~5시간 정도의 추가 시간이 들더라도 기차를 이용한다. 삶과 패션에도 비건을 지향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좋은 가죽을 패션 제품에 활용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프랑스 가죽 장인, 갖바치의 자존심인 H사는 동물 소재 제품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비건 레더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친환경 스타트업 ‘마이코웍스’와 협업으로 버섯 균사체를 가공하는 특허 기술로 촉감과 내구성 면에서 일반 가죽 제품과 비슷한 버섯 소재 가죽을 탄생시켰다. 럭셔리 브랜드 H기업은 리페어센터를 만들어 고쳐 쓰기를 권장하기 시작했고 애호가들도 동참하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환경 보호의 첫걸음은 낭비를 줄이는 것이다. 낭비 문제는 디자인과 불가분의 관계다. 디자인은 소비주의 미학에 기원을 둔다. 멋진 디자인으로 교환 가치를 부풀려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과소비를 조장하는 것이 20세기 디자인의 역할이었다. 필립 스탁은 소비주의 미학의 선두에 있는 디자이너였다. 그의 대표작 ‘주시 살리프’는 감탄을 자아낼 만큼 매끈한 곡선미가 특징인 레몬 착즙기다. 그의 제품은 외형의 심미성을 무기로 소비자를 매혹하는데, 그들은 레몬 착즙기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도 오로지 심미성만을 위해, 장식용으로 그의 제품을 구매할 정도다.

과소비·낭비 줄이는 디자인 각광
최근 디자인 트렌드는 소비주의에 안주하는 대신 더 나은 가치를 위해 진화 중이다. 디자이너의 사회적 책임을 처음으로 강조한 빅터 파파넥은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하고 사회와 환경에 윤리적 책임을 지는 디자이너를 육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보기에만 좋고 사용하기는 어려운 빛 좋은 개살구 같은 제품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사물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죄악”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대신 그는 소박한 재료를 사용할지라도 사람에게 실용적인 도움을 주는 제품을 설계하는 것을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는 등산객이 버린 쓰레기를 주워다 전기가 중단되더라도 사용 가능한 라디오를 만들어 불시의 화재 때 많은 인명을 구하기도 했다.
'멈춤' 강조하는 에코라이프 추구
브랜드 광고는 소비주의를 조장하기도 한다. 소비주의 반성에서 나온 마이너스 전략이 반향을 일으키기도 한다. ‘자원의 절약, 저렴한 가격, 심플함, 익명성을 표방한 상표 없는 좋은 품질의 제품’이란 뜻을 지닌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무지(MUJI)가 대표적이다. 브랜드 없이 품질로 승부하자는 전략이 아이러니하게도 세계적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캐나다 유통업체 ‘로블로’의 자체상표(PB) ‘노네임(no name)’을 벤치마킹한 노브랜드(No Brand)도 최적의 소재와 제조 방법을 찾아 최적의 가격대를 만드는 신조에서 시작돼 자체 브랜드로 안착했다. 브랜드를 없앴더니 결과적으로 더 강렬한 브랜드가 됐다.

J제약사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복용했던 해열진통제 브랜드 광고 캠페인조차 ‘오늘은 잠시 쉬어 가세요’를 내세운다. S통신사는 과거에 “011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라고 바쁘게 언제나를 지향했으나, 그 이후의 광고에서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라며 쉼, 멈춤을 강조했다. 때론 침묵이 호소력이 있듯 소비자에게 훨씬 강렬하게 다가온 광고였다. 흑백 영화인 ‘쉰들러리스트’에서 잠시 보인 소녀의 빨간 원피스와 무덤에 놓인 빨간 장미가 흑백 속에서 도드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제는 위드 코로나. 불편한 동행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 팬데믹(대유행)을 겪으며 자신을 돌아보며 아프거나 바쁠 땐 주변의 배려와 관심 속에 잠시 쉬면서 몸과 마음을 힐링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됐듯 오염된 환경 속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실천이 남을 의식하는 게 아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면 좋겠다. 그것이 그린이자 에코 라이프며, 우리가 그리는 뉴노멀이자 베터노멀이 아닌가 싶다.

윤주현 서울대 미대 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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