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쓰신 육필 일기가 장롱 속에 가득 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는 (일기를 쓰는) 목표가 사라져 간단한 메모 형식으로 쓰셨죠.”
지난 18일 노환으로 별세한 소설가 박기원(93)의 장남인 이기광 씨는 부친을 헌신적으로 사랑한 어머니를 이렇게 기억했다.
숙명여대를 졸업한 박 작가는 서울신문과 경향신문 등에서 일한 기자 출신 문인이다. 그가 절절한 사부곡을 쓸 정도로 사랑한 남편은 언론인이자 음악, 연극 등 많은 분야에서 재능을 보인 이진섭이다. 이진섭은 박인환의 시 ‘세월이 가면’에 즉흥적으로 곡을 붙인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부부의 만남도 드라마틱하다. 두 사람은 박 작가가 1949년 서울신문에 입사하며 알게 됐지만, 이후 피란 시절이던 1953년 부산에서 다시 만나 이듬해 부부의 연을 맺었다.
박 작가는 남편이 1983년 3월 세상을 떠난 뒤 사부곡을 담은 책 《하늘이 우리를 갈라놓을지라도》(1983)와 《그대 홀로 가는 배》(1994)를 펴냈다.
아들 이씨는 “먼저 떠나신 아버지가 고양시 탄현의 한 공원묘지에 계시다”며 “이른 시일 내에 두 분의 유해를 경기도 납골당에 함께 모시려 한다”고 말했다. 유족으로는 이기광 대한항공 커뮤니케이션실장, 이기민 건축사가 있다. 장례식장은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21일 오전 6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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