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눈으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합니다. 사원~대리급 팀원들이 신사업을 발굴하고, 대표 앞에서 직접 발표도 하고 있습니다.”
‘미래발전팀’은 현대오일뱅크의 명물이다. 팀장을 제외한 6명의 팀원 전원이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에 태어난 MZ세대로 구성돼 있어서다. 2020년 신성장동력 발굴 태스크포스(TF)로 시작해 지난해 12월 영업본부 직속 팀으로 출범했다. 다른 팀들과 달리 미래발전팀에는 공식적인 직무 기술서가 없다. 탄소중립,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강화되는 메가트렌드 속에서 정유사의 정체성, 새로운 사업모델과 관련이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자유롭게 논의한다.
미래발전팀의 일과는 ‘아이템 발제’로 시작된다. 팀원 전원이 1주일에 하나씩 본인이 관심이 있는 분야에 대해 사업 아이템을 발제한다. 예컨대 캠핑에 취미가 있는 사람들은 캠핑카와 관련된 시장 조사를 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공유한다. 유영준 팀장은 “기존 직원들은 ‘캠핑족들에게 어떻게 기름을 팔 수 있을까’라는 생각만 했을 것”이라며 “반면 미래발전팀은 ‘캠핑족들은 무엇이 제일 불편할까’라는 새로운 시각에서 출발해 캠핑카 오·폐수를 주유소에서 처리하는 서비스 사업을 검토하는 단계까지 나아갔다”고 말했다.
팀장의 역할은 도우미에 가깝다. 팀원들이 발제한 아이템이 실제로 사업화될 수 있도록 생산기획, 마케팅 등 유관 부서와 협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팀원들이 팀장이 발제한 아이템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유 팀장이 셀프주유소에서 비닐장갑과 영수증이 한꺼번에 버려지는 문제점을 포착해 비닐장갑만 따로 모아 재활용하는 아이템을 발제했다. 그러자 팀원들은 ‘전국 주유소에서 비닐장갑을 수거하는 비용을 계산해 보면 수익성이 나오지 않는다’며 반론을 제기했고 결국 해당 아이템은 뒷순위로 밀렸다.
1990년대생인 정지웅 팀원은 현대오일뱅크 주유소의 편의 서비스 총칭 브랜드 ‘블루픽’을 탄생시켰다. 블루픽은 최근 소비 트렌드에 맞춰 주유소에서 핫도그와 커피를 팔고 택배 발송 서비스도 제공한다. 자동차 시장에서 MZ세대가 주력 소비계층으로 떠오르자 이들을 겨냥한 복합 서비스 공간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정 팀원은 “영업지원팀에 있을 때 주유소 현장을 많이 다녔는데, 그때 유독 ‘노는 공간’이 눈에 띄었다”며 “제 이름으로 프로젝트를 올리고 사장님 앞에서 발표도 했는데 ‘잘 보겠다, 한번 디벨롭(사업화)해 봐라’는 말을 듣고 용기를 냈다”고 했다.
미래발전팀은 ‘회의’라는 말 대신 ‘디스커션(토론)’이라는 단어를 쓴다. 무의식적으로 팀장이나 연장자 위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을 막자는 의도에서다. 유 팀장은 “MZ세대는 자기주도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굉장히 적극적이라는 부분에서 장점이 있는 세대”라며 “기름때가 덜 묻은 신성장 동력을 곳곳에서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