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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영 "연간 물가 4% 수준 예상…경기 하방 위험도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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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장 직무대행은 14일 "우크라이나 사태로 물가 상승 압력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겠다고 판단했다"며 "총재가 공석임에도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를 열고 4월 기준금리를 1.50%로 인상했다. 이번 금리 결정은 만장일치였다. 현행 금리 수준은 2017년 11월과 같은 수준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을 완전히 벗어났다.

금리 인상 결정엔 가파른 물가 상승세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1% 상승했다. 4%대를 돌파한 것은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한 여파다.

주상영 직무대행은 "우크라이나 사태는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을 상승시켜서 생산비용을 높이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공급망 차질도 심화하는 모습으로, 물가는 대략 연간으로 4% 또는 근접한 수준으로 상승률이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금리 인상 결정에 대해 주 직무대행도 찬성했다. 그는 "상반기 정도 제 생각으로는 기준금리가 1.0~1.25%가 되는 게 적절치 않을까 생각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로 물가 상승 압력이 가속화됐다"며 "근원인플레이션도 3% 수준을 상당 기간 지속할 것으로 보여 저도 금리를 인상하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날 통화정책방향 문구엔 '지정학적 리스크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 정도를 추가 조정하겠다'는 점이 추가됐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영향이 예상했던 것보다 크고,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지정학적 리스크 문구를 집어넣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물가 상방 위험을 높이는 건 맞지만, 성장의 하방 위험도 높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 결정은 물가의 상방 위험에 초점을 맞췄지만, 물가뿐 아니라 성장의 하방 위험도 균형 있게 고려해 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현재 시장의 기준금리 예상치가 2.50%로 치솟은 것과 관련해선 "시장의 기대는 한층 높아진 것 같다"며 "물가 상승세가 가파르고, 예상했던 것보다 미 중앙은행(Fed)의 빠른 긴축이 예고된 영향으로 기대가 높아진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어 "시장의 기대가 다소 높아지긴 했지만, 어떤 좁은 범위에 모여있기보다는 다양해졌다는 측면도 있다"며 "금통위 의견도 그 전보다 조금 다양해졌으며, 물가를 보면 (금리를) 좀 더 높여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 동시에 경기 하방 위험도 커졌기 때문에 생각이 다양해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금리 결정에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의 의견이 반영됐는지에 대해선 "상견례 차원에서 간단한 차담회 정도는 했지만,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선 전혀 얘기를 나눈 바가 없다"고 말했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우려와 관련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물가상승률이 4% 정도로 높긴 하지만 여전히 성장률이 2% 중후반 정도가 될 것으로 본다"며 "이 정도로 성장을 한다면 물가가 다소 높긴 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이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가 상승세의 정점은 예측하기 힘들다는 판단이다. 주 직무대행은 "2분기가 지나면 물가가 정점을 찍고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지만, 우크라 사태 이후로 언제가 정점이 될지 확실히 예단하기 힘들다"며 "국제유가가 어떻게 되느냐가 중요한데 현재 유가가 높지만, 상고하저 흐름을 보인다면 물가도 연말께 낮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한미 금리 역전될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Fed는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환율 상승 압력과 동시에 자본 유출 압력을 발생시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경제 성장세가 여전히 양호하고 물가도 높지만 다른 주요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면서 "경상수지 흑자도 계속 이어지고, 정부부채 비율도 양호한 등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양호하기 때문에 환율상승과 자본유출 압력이 높더라도 그 정도는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2005년과 2018년 역전 현상이 실제로 벌어졌지만, 당시엔 적어도 채권자금은 오히려 순유입됐다"면서 "경제 펀더멘털이 양호하기 때문에 대규모 (자금) 유출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단언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에 대해 한은이 빚투(빚내서 투자) 우려로 기준금리 인상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정책 엇박자 논란이 예상된다는 점에 대해선 "적절치 않다"고 평가했다. 주 직무대행은 "금융 정책들은 미시적인 차원에서의 지원 정책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시적인 금융정책이기 때문에 엇박자라 평가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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