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의 달러화 대비 가치가 20년 만에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엔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면서 안전자산의 지위가 흔들린다는 분석이다.
13일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 가치가 126.11엔을 기록했다. 엔화 가치는 2002년 5월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이는 일본의 초완화통화 정책과 미국의 긴축 정책으로의 전환 시동이 맞물리면서 일본과 미국의 장기금리 격차가 커진 탓이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엔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는 움직임이 강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앞서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제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가 주요 25개국 통화 가운데 러시아 루블화 다음으로 크게 떨어진 것으로도 나타났다. 올해 1~3월 엔화 가치는 5.7% 하락했다. 통화가치가 11.7% 떨어진 러시아 루블에 이어 두 번째로 낙폭이 컸다.
미국과 일본의 상반된 통화정책이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자원빈국' 일본의 산업 구조 변화도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본 제조업체들이 엔화 가치 상승을 피해 해외로 나간 이후 수출은 줄고 원유 등 원자재 의존도는 급증했다. 올 들어 전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일본의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하면서 엔화 가치 하락세는 더 가팔라졌다는 분석이다.
ING는 최근 보고서에서 "엔화는 올해 세계에서 낙폭이 가장 큰 통화 중 하나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연준, 비둘기적(통화완화 선호) 일본은행, 주요 화석연료 수입국인 일본의 무역충격이 합쳐져 퍼펙트스톰이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올해 달러당 엔화 가치가 135엔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