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13일 “앞으로 인수위에서 공직자 관사의 실태를 철저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장관과 시·도지사 등 고위 공직자들의 과도한 관사와 의전에 '메스'를 들이댄 것이다.
안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SNS에 올린 <특권 없는 대한민국, 공직사회부터 실천합시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최근 보도된 고위 공직자들의 관사 운영 현황을 보면, 투명과 검소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직자는 투명하고 검소해야 한다”며 “‘명예가 곧 보수(報酬)’라는 생각이 없다면 고위공직을 감당할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교장관 공관 등 업무 특성상 필요한 공간이 있을 수 있지만, 다른 장관이나 고위 공직자들에게는 왜 지나치게 크고 화려한 관사가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특히 시·도지사를 향해서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선출된 시·도지사가 자기 집에 살지 않고 관사에 살 이유는 없다”며 “그럼에도 관사를 고집한다면 지역에 뿌리내리지 못한 뜨내기 시장이거나, 사람 모아 선거 준비할 공간이 필요한 대권병에 걸린 도지사라는 것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안 위원장은 “이제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이런 공간은 싹 다 정리하고, 본인 집에서 살게 해야 한다”며 “크고 호화로운 관사에 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선출된 권력이 아닌 왕이라는 오만과 착각에 빠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인수위에서 공직자 관사 실태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겠다고도 했다. 안 위원장은 “이 참에 공관문제 뿐만 아니라 공직자에 대한 과도한 의전은 없는지까지 철저히 따져서, 공간은 국민에게 돌려드리고 특권은 반납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공직자 관사의 실태를 철저히 살피고, 관사를 포함한 불요불급한 의전은 철폐하도록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안 위원장이 윤석열 정부 출범을 위한 인수위원장 활동을 시작한 지난달 14일 이후 개인 SNS에 글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 위원장은 지난 12일 기자들에게 “인선 과정에서 특히 제가 전문성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조언을 드리고 싶었습니다만, 그런 과정은 없었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1차 조각 명단에 안 위원장 측 인사가 빠진 점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윤 당선인이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이종섭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은 군 재직 시절 관사에 살면서 다주택을 보유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관사에 거주하며 확보한 전세금을 발판으로 새집을 사들여 시세차익을 거두는 이른바 ‘관사테크’를 했다는 얘기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