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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러시아 공격 막을 軍장비, 한국에 있다" 지원요청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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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 화상 연설에서 대한민국을 향해 군사 장비 지원을 요청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살아남고 이기기 위해선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날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 송출된 화상 연설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전쟁에 맞서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대표해 대한민국 국민과 국회에 감사드린다"고 운을 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는 이 전쟁을 갑자기 시작한 게 아니라 10년 넘게 준비해왔다. 석유와 가스 수출을 통해 받은 수천억 달러의 돈은 무기 생산 및 축적에 사용돼 왔다"면서 러시아 국민의 생활 수준이 처참하다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는 국민을 전쟁을 위해 사용한다는 것을 여러분들도 잘 알아야 한다. 러시아 국민은 빈곤에 시달리면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음식, 옷, 교육 등을 받지 못하고 기본적인 인권 보장도 되지 않는 상황 속에 살고 있다"며 "이런 러시아 국민들에게 군입대는 사회적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내 약탈 행위를 언급하면서 "러시아 군인들은 우크라이나에 쳐들어왔을 때 우크라이나 국민이 얼마나 잘살고 있는지를 보고 굉장히 놀랐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 군인들은 우크라이나 국민의 물건을 훔쳐 이를 우편을 통해 러시아로 보내고 있다. 심지어 러시아 군인이 방탄조끼에서 방탄판을 꺼내고 훔친 노트북을 집어넣는 경우도 있었다. 저는 이런 걸 보면서 러시아 사람들은 생명보다 물질적인 것들을 중요시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 국민은 평화롭게 살고 싶었는데, 러시아는 이런 우크라이나에 쳐들어왔다. 이 전쟁은 끝날 때까지 길이 멀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없애고 우크라이나인들을 분리하고자 한다"며 "우크라이나라는 민족, 문화, 언어 등을 없애려고 한다. 러시아 군이 가장 먼저 찾아내는 사람들은 민족 운동가와 우크라이나어를 교육하는 선생님들이다. 이건 러시아 지도부에서 내려진 명령이다"라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분명히 다른 국가들도 공격할 것이다. 러시아는 미사일 폭격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수많은 시설들을 파괴했다. 지금까지 우리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교육기관만 900곳 이상 파괴됐고, 수많은 병원도 파괴됐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도시들을 초토화하려고 한다. 평화롭던 도시는 완전히 폐허가 돼버렸고, 우리는 지금 그곳에서 구조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향해 군사 장비 지원 및 강력한 경제 제재를 요청했다. 우리나라 국방부에 따르면 앞서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지난 8일 서욱 국방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대공 유도무기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측은 '살상 무기 지원 불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는 이 상황을 멈추지 않을 것이고, 이 상황을 우리가 이겨낼 것으로 기대하기가 어렵다. 국제사회의 응원으로 러시아가 평화를 선택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그간 대한민국 정부의 지원에 감사하지만, 우리는 전쟁에서 살아남고 이기기 위해선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는 비행기, 탱크 등 군사 장비가 필요하다. 러시아의 여러 공격을 막을 수 있는 군사 장비가 대한민국에 있다"고 했다.

아울러 "앞으로 다른 국가들의 기업들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완전히 중단해야 한다. 러시아는 전 세계로 죽음과 빈곤을 퍼트리고 있다. 국제기업들은 러시아에서 철수하고, 러시아 경제를 지탱하지 않으면 러시아는 전 세계와 타협점을 찾으려고 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는 독립할 권리가 있고, 모든 사람은 전쟁으로 인해 죽지 않을 권리가 있다. 우리는 이런 것들을 위해 싸우고 있다. 우리와 함께해주셔서 러시아에 맞서주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화상 연설 도중 러시아 군의 총공세가 예상되는 우크라이나 남부 요충지 '마리우폴'의 현장 영상을 재생했다. 영상에는 아빠를 부르짖는 아이, 심폐소생술을 받는 아이, 눈물을 흘리는 여성 등 처참한 모습이 담겼다. 동시 통역사는 영상을 마친 뒤 울먹이기도 했다.

끝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은 "보셨나. 이게 바로 러시아의 짓"이라며 "여러분께서 우리를 도와주시고 지원해주시기를 요청한다. 감사하다"고 연설을 마쳤다.

한편, 이날 화상 연설에 앞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우크라이나는 자연과 사람이 모두 아름다운 나라다.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는 동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도시 중 하나다. 이처럼 아름다운 나라가 고통을 받고 있음에 정말 가슴 아프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민과 함께 현지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대통령께서는 그간 미국, 영국, EU 등을 비롯해 23번에 걸쳐 많은 나라와 국제기구 등에서 화상 연설을 했다.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전하고 국제사회 지원을 호소해 왔다. 대통령의 흔들림 없는 리더십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러시아 군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군은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잔혹하게 살해했다.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 행위에 대해 분노한다.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도 젤렌스키 대통령과 국민은 결연함을 잊지 않았다. 그 모습은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사회에 깊은 울림을 줬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6·25전쟁을 겪었기에 전쟁이 가져다주는 비극을 알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조속히 평화가 깃들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UN 헌정과 각종 국제법을 위반한 명백한 범죄행위다. 우리나라는 제국주의 침략과 동족상잔의 전쟁을 모두 겪었고 지금도 휴전 중인 대한민국의 국민은 우크라이나 시민들과 강력한 동질감을 느끼며 그들의 항전을 지지하고 있다"며 "정의당은 전쟁에 반대하는 대한민국 시민들과 함께 비인도적 전쟁에 단호히 반대한다. 러시아의 침략행위를 강력하게 규탄한다. 특히 오늘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이다. 나라를 되찾고자 임시정부를 세웠던 독립 의지를 되새기며 침략군에게 대항하는 우크라이나에 연대의 뜻을 전한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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