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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의 통찰과 전망] 기업 디지털전환 '獨 전차군단'에게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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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카타르 월드컵의 본선 대진표가 지난주 확정됐다. 조별 배정 발표에 따라 참가국 축구 팬들도 일희일비했다. 브라질 삼바군단, 네덜란드 오렌지군단, 스페인 무적함대, 독일 전차군단으로 불리는 전통의 강호들을 피해야 16강 진출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일본은 스페인, 독일이 포함된 소위 ‘죽음의 조’에 편성되는 불운을 만났고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안도하는 분위기다.

독일 국가대표 축구팀의 별명 전차군단은 2차대전 초반의 기록적 승리에서 비롯됐다. 독일군은 전차, 장갑차와 항공기를 연계한 전격전(電擊戰·blitzkrieg) 전술로 인접국들을 파죽지세로 점령했다. 특히 당시의 육군 강국 프랑스를 침공 1개월 만인 1940년 6월 14일 파리에 입성하면서 만들어진 전차군단의 전설이 오늘날 축구팀으로도 이어졌다. 전차의 성능과 수량에서는 오히려 독일을 압도했던 프랑스는 지리멸렬하게 패퇴했다.

세계 최초의 전차는 1916년 영국이 선보인 Mk1이다. 보병들의 참호를 돌파하기 위해 물탱크 모양의 차체에 여러 개의 기관총을 배치했다. 1917년 프랑스 자동차회사 르노가 개발한 FT17은 회전포탑을 최초로 적용한 현대 전차의 원형으로 미국 육군이 라이선스 생산할 정도로 우수한 성능을 보유했다. 1940년 기준으로 프랑스 주력 전차 소무아(Somua S35)와 샤르(Char B)는 독일군 2호·3호 전차를 성능 면에서 압도했고 기갑 장비 보유 수량도 연합군 3400대, 독일군 2400대로 연합군이 우세했다. 전체 전력에서도 프랑스·영국 연합군이 독일 대비 우위였다. 보병 전력은 양측이 136개 사단으로 동일했고, 야포는 연합군 1만1200문, 독일군은 8000문이었다.

하지만 독일군은 하드웨어 열세를 전격전이라는 소프트웨어로 극복했다. 전격전에 필요한 속도와 유기적 시스템의 핵심인 전차 설계와 운용 부문의 혁신이 출발점이었다. 당시 연합군 전차는 지휘관 전차에 해당하는 20%에만 무전기가 있었고 차량 간에는 수신호로 연락했다. 반면 독일군은 모든 전차에 무전기를 설치해 실시간 통신을 통한 유기적 협조가 가능했다. 무엇보다 전차 운용에 대한 발상 자체를 전환해 기갑전력을 독립적 작전 단위로 인식하고 전차군단을 창설했다. 반면 프랑스는 참호를 돌파하는 보병부대 지원이라는 1차대전의 개념에 머물러 우수한 성능에 충분한 물량의 전차를 소규모 단위로 분산시키고 말았다. 심지어 세계 최초로 전차를 개발한 영국조차도 기술 발전에 대응한 운용 개념을 발전시키지 못했다.

열세였던 독일 전차군단의 전설적 승리에서 새로운 흐름에 앞서 나가기 위해서 기술적 기반은 필요조건이고 개념적 전환은 충분조건이라는 교훈을 얻는다. 전차는 영국이 창안하고 프랑스가 개량했지만 이에 상응하는 개념을 발전시키지 못하는 답보상태에 머물렀다. 반면 독일은 하드웨어는 뒤처졌지만, 발상을 전환해 소프트웨어인 전술 운용 개념을 변화시키면서 잠재력을 극대화했다. 이런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조직 내부의 반발과 저항에 대한 대응에서도 차이가 났다. 20세기 초반의 군대에서 전차라는 신무기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은 특히 기병대에서 극심했다. 말의 기동력을 전차가 대체하면 기병대의 역할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또한 당시 전장을 주도하던 보병들도 전차부대의 독립적 운용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었다. 이런 조직 내부의 역학관계를 1차대전 승전국인 영국과 프랑스는 넘어서지 못했지만, 패전국인 독일은 역설적으로 극복했다.

2020년 초반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가속화하는 디지털 전환도 마찬가지로 하드웨어적 개량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적 개념 전환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핵심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클라우드 등의 기술적 측면이 아니라 이를 활용하는 사업적 관점의 발상 전환과 개념 설계다. 이미 일반 기업이 적용하는 디지털 기술은 상당 수준 범용화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전환 과정에서 조직 내부 기존의 역학관계 변화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반발을 조율하고 미래지향적으로 견인하는 리더십과 조직문화의 중요성을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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