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의 독감백신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2000억원을 넘어섰다. 국내 독감 백신 제조사 중 압도적 1위다. GC녹십자와 ‘양대산맥’을 이루던 SK바이오사이언스가 독감백신 생산을 중단하면서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GC녹십자는 지난해 독감백신 매출이 2297억원을 기록했다고 8일 밝혔다. 전년(1665억원) 대비 28% 급증했다. GC녹십자는 4가(바이러스 예방 종류 수) 독감백신인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 등을 전남 화순공장에서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GC녹십자뿐만이 아니다. 보령바이오파마가 생산하는 독감백신 ‘보령플루’ ‘비알플루텍’ 등의 매출도 2020년 500억원대에서 지난해 600억원대로 증가했다. 일양약품의 ‘테라텍트’ 역시 지난해 330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이 늘어났다.
제약업계에선 독감백신 매출 증가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독감백신 접종이 등한시됐다”며 “독감 무료 접종 대상인 65세 이상 고령층은 예년과 비슷하게 맞았지만, 돈을 내고 접종받던 사람이 크게 줄어 반품되는 물량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매출 호조를 기록한 건 독감백신 시장을 놓고 GC녹십자와 1위를 다투던 SK바이오사이언스가 백신 생산을 중단한 영향이 크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 등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 자체 코로나19 백신 개발 등에 집중하기 위해 3·4가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경쟁에서 빠지면서 나머지 제조사들이 반사이익을 얻게 된 것이다. GC녹십자는 공급량이 크게 늘어 독감백신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가 됐다. GC녹십자는 지난해에만 1700만 도스(회분)의 독감백신을 생산했다. 전년(1100만 도스)보다 600만 도스 증가했다. 정부가 발주한 물량 2680만 도스 가운데 63%가 GC녹십자 제품이다. 기존 독감백신 시장점유율은 GC녹십자가 40%, SK바이오사이언스가 30% 안팎을 차지했다.
독감백신 업체들은 올해도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도 스카이셀플루 생산 계획이 없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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