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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美 고강도 긴축에 '금리 발작'…국채금리 올해만 1%P 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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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금리가 거침없이 오르고 있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과 러시아 추가 제재, 국내 소비자물가 급등, 50조원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 등이 한꺼번에 맞물리면서다. 연초 연 1.9%대 초반에 그쳤던 3년 만기 국채 금리가 3개월여 만에 100bp(1%포인트, 1bp=0.01%포인트) 넘게 뛰며 6일 연 2.941%까지 올랐다. 장중엔 8년4개월 만에 연 3%를 찍기도 했다.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50조원 추경을 약속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장·단기 국채 금리 급등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장 초반 전날보다 0.095%포인트 상승한 연 2.974%로 출발해 오전 9시33분께 연 3.0%까지 급등했다. 이후 매매 공방이 벌어지면서 0.062%포인트 오른 연 2.941%로 마감했다. 한국은행이 전날 ‘시장 안정’을 위해 2조원 규모의 국채 매입에 나섰지만 시장 불안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달 30일 이후 연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1주일 사이에만 0.326%포인트 급상승했다. 올초 연 1.9%대 초반과 비교하면 1%포인트 넘게 뛰었다.

중장기 국채 금리도 급등하면서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5년 만기는 0.068%포인트 상승한 연 3.097%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기록한 연중 최고치를 거듭 넘어선 것이다. 10년 만기 금리도 0.049%포인트 오른 연 3.129%였다.

미국 중앙은행(Fed)에서 긴축 신호를 확실하게 보내면서 국내 채권시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5일(현지시간) Fed 부의장으로 지명된 레이얼 브레이너드 이사는 인플레이션을 강력하게 우려하면서 이르면 다음달 양적긴축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전날 미 국채 2년 만기는 0.0979%포인트 상승한 연 2.5302%, 미 국채 10년 만기는 0.15%포인트 급등한 연 2.5545%를 각각 기록했다. 미 국채 금리가 오르면 외국인은 한국 국채를 팔고 미 국채를 더 사들인다. 한국 국채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고, 금리는 뛸 수밖에 없다.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민간인 학살에 책임을 물어 신규 투자 금지 등 대(對)러시아 추가 제재를 단행할 것이란 소식도 채권 시장에 기름을 부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이 러시아 추가 제재에 나설 경우 원자재 등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시장에 불확실성 확산으로 ‘패닉 셀’이 일어나면서 수급이 꼬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적으로는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4.1%를 기록하는 등 물가 압력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에 힘이 실린 것도 작용했다. 시장에선 당초 한은이 5월에나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전날 소비자물가가 10년 만에 4%를 넘으면서 4월 기준금리 인상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소상공인 코로나19 회복 지원을 위한 ‘50조원 추경’도 변수가 됐다는 분석이다.
○尹, 추경 고민 깊어질 듯
윤 당선인은 이날 예정에 없던 회의를 열어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에서도 물가를 포함한 민생안정대책을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라”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지시했다. 윤 당선인은 서울 통의동 집무실에서 추경호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 최상목 경제1분과 간사, 이창양 경제2분과 간사로부터 물가 동향을 보고받고 이같이 말했다고 인수위는 전했다.

추 간사는 물가상승 원인에 대해 “비용 상승 하나 때문이 아니고 거시경제 차원에서 글로벌 경제 자체가 물가 상승 압박이 매우 심하다”며 국내 차원의 대책이 쉽지 않다는 상황을 보고했다. 인수위는 연일 고강도 물가 대책을 주문하고 있지만, 뾰족한 근본 대책이 없어 답답해하고 있다.

추경 편성에 대해서도 미묘한 입장 변화가 감지된다. 윤 당선인 측은 전날까지만 해도 “추경 편성은 물가 연동 부분과 별개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날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최우선 과제로 추경을 편성해 손실 보상을 빨리 한다는 상황에 이런(물가) 변수가 생겼다”며 “물가가 심상치 않고 하반기 경기 지표 전망도 좋지 않은 상황에 대해 당선인과 인수위가 굉장히 엄중히 바라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조미현/좌동욱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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