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갓 대학생이 된 여러분에게 ‘신용관리’라는 말이 낯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꾸준히 신용점수를 신경 쓰지 않으면 나중에 대출받아야 할 때 지금 옆에 있는 친구와 똑같이 졸업하고 취업했는데도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이나 금리가 차이 나는 일이 생길 수 있어요.”
지난 5일 서울 사근동 한양대에 있는 신한은행 지점. 한양대 독어독문과·융합전자공학과 신입생 10여 명이 정영철 신한은행 부지점장의 말에 귀를 쫑긋 세웠다. 정 부지점장이 보이스피싱, 스미싱 등 대학생을 겨냥한 전자금융 사기 유형을 보여주고 예방법을 설명하자 한 학생은 스마트폰을 꺼내 메모하기도 했다.
여느 대학 강의실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광경이지만 이날의 교육 현장은 한양대 서울캠퍼스 안에 있는 신한은행 디지로그 브랜치(지점)다. 신한은행은 올해 한양대와 협업해 이 대학 신입생 필수 교양 과목인 ‘커리어개발1’ 수업에 은행이 자체 개발한 금융 교육·체험 과정을 도입했다. 시중은행의 금융 교육 콘텐츠가 대학 교과목 과정으로 채택된 것은 처음이다.
신한은행과 이번 교육 과정 도입을 주도한 김승 한양대 대외협력처 부처장은 “대학생이 됐지만 금융의 실제에 대해선 전혀 모르는 학생이 대다수”라며 “신입생들이 금융 지식과 디지털 금융 기술 등을 생생하게 배우고 장래 금융인이 되기 위한 준비 방법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봤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선보인 이 과정에는 21개 학과 396명이 수강을 신청했다. 전체 신입생 약 3700명의 11%다.
이처럼 대학·은행 간 금융교육 ‘컬래버(협업)’가 성사된 데는 신한은행이 기존 한양대 지점을 전면 리뉴얼해 지난해 새로 문을 연 디지로그 브랜치가 톡톡한 역할을 했다. 디지로그 브랜치는 신한은행이 시중은행 최초로 화상 상담 시스템과 각종 최신 디지털 금융 기기를 배치해 만든 미래형 점포다. 매표소 같은 창구와 상품 전단지 대신 새하얀 라운지와 인공지능(AI) 은행원, 화상 상담 부스가 학생들을 맞는다. 전용섭 신한은행 지점장은 “미래의 핵심 고객인 대학생 소비자에게 변화하는 금융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이날 수업에서도 학생들은 정 부지점장을 따라 키오스크를 돌며 손바닥 정맥을 통한 본인 인증, AI 은행원과의 대화 등을 직접 경험했다. 학생 박모씨는 “디지털 금융의 변화를 말로만 들었는데 신기술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접목되는 것인지를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고 했다.
빈난새/박상용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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