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저녁 서울 서교동 ‘홍대 걷고싶은거리’. 한 남성이 캐리어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크래프터(crafter)기타’와 ‘큐브(cube)엠프’였다. 기타를 엠프에 연결하고 가수 딘의 ‘인스타그램’을 부르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금세 약 50명 규모의 공연이 됐다. 노르웨이에서 온 오다 씨(22)는 “2019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홍대에서 마주했던 거리공연 문화가 인상깊었는데 다시 볼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정부의 거리두기 완화 기조 속 서울 홍대·신촌 등지에서 거리공연(버스킹)이 재개되고 있다. 버스킹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전면금지 되면서 2년 동안 길거리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6일 현재 마포구청의 이번달 주말 오후 2시 이후 홍대 걷고싶은 거리 야외공연장 이용 접수는 모두 마감됐다. 주중에도 사람들이 몰리는 저녁과 밤 시간 예약은 가득 찼다. 마포구청이 2020년 11월 24일부터 시행해온 버스킹 금지를 풀고 지난 1일부터 신청 접수를 재개한지 닷새만이다. 버스킹으로 유명한 서대문구 연세로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지난 주말엔 마술, 밴드, 댄스 등 각종 공연이 열려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정부의 방역수칙 완화에 따라 서대문구청도 지난달 15일 버스킹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이날 홍대에서 공연을 관람한 A씨(20)는 “거리가 되살아난 듯하다”며 “활기차던 홍대가 그리웠다”고 말했다. 외국인들도 버스킹에 큰 관심을 보였다. 관람자 50여명 가운데 20명 가량이 외국인이었다. 모로코에서 온 이키 씨(23)는 “한국의 오디션 프로그램과 유튜브를 보며 한국노래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직접 이렇게 노래를 들으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온 메리 씨(22)는 “러시아에서 케이팝(K-POP) 인기가 많아 사람들이 한국노래로 거리공연을 한다”며 “한국에서 직접 버스킹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공연자들은 부수입원과 홍보 수단이 다시 생겨 반기는 분위기다. 거리 공연을 한 이용준 씨(28)는 “버스킹 공연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유튜브 채널 홍보를 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더 많은 관객들 앞에서 노래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홍대에 위치한 4개 버스킹존 중 2개만 개방한 점은 아쉽다”며 “자리가 한정돼 있다 보니 이용신청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2주 간 확진자 감소세가 지속돼 정부가 방역 규제를 해제하면 버스킹은 더욱 활성화할 전망이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유행이 잦아들면 홍대 버스킹존을 모두 개방하겠다”고 말했다.
최세영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