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걸렸다가 완치 판정을 받은 후에도 기침과 호흡곤란 등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들은 격리가 해제되고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는데도 갖가지 이상 증상을 호소한다. 이처럼 확진 이후 오랜 기간 신체적 이상 징후가 이어지는 것을 ‘롱 코비드(long covid, 코로나19 장기 후유증)’라고 한다.
지난달 16일 ‘코로나 후유증 클리닉’을 개설한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에는 2주 사이에 1000명 이상의 환자가 몰렸다. 이 가운데 68%는 기침 가래 등 호흡기 증상을 호소했다. 다음으로 위 식도 질환, 전신 쇠약, 호흡곤란, 기관지염, 두통 환자가 뒤를 이었다. 전체의 95%가 격리 해제 후 1개월 이내에 이런 증세를 겪었다고 한다.
지난달 3일부터 ‘코로나 회복 클리닉’을 운영 중인 서울 하나이비인후과에서는 호흡기 증상을 보인 환자가 84%에 달했다. 이 가운데 흉부 CT를 촬영한 환자의 20%는 폐렴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폐렴은 일반 세균성 폐렴과 달라서 뿌연 유리창 같은 영상이 여러 군데에서 관찰된다. 경증은 X선에 나타나지 않는다. 숨이 차거나 고열이 사흘 이상 지속되면 폐 CT를 찍어봐야 한다.
코로나19는 호흡기에만 감염되는 인플루엔자(독감)와도 다르다. 위장관과 심혈관계, 피부, 신장, 뇌·신경계통의 세포에까지 염증을 일으킨다. 해외 의료진의 연구 결과 장기간 지속되는 코로나 후유증은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200여 가지에 이른다. 미국에선 치료 후 1년 뒤에도 심장마비와 뇌졸중, 심부전 등의 위험이 높은 사례가 많았다.
영국 통계청은 자국 내 코로나 후유증 환자를 최소 15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누적 확진자 1400만 명의 10%를 후유증 환자로 보고 있다. 정부의 방역 조치 완화로 감염자와 후유증 환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노동력과 수입, 정부와 기업의 비용 등 경제적 타격으로도 이어진다.
이제는 ‘감염 후 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영국과 미국은 2년 전부터 후유증 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립보건원은 최근에야 조사에 착수해 하반기쯤 중간 결과를 내놓을 계획이다. 후유증 치료 지침도 없다. 무엇보다 관련 분야 의료진이 입체적으로 협력하며 진료할 수 있는 ‘표준 치료법’ 확립이 시급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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