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라는 신조어가 있죠? 모두 ‘슬랙’을 사용하는 고객사입니다.”
글로벌 1위 기업용 메신저 슬랙의 정응섭 한국지사장(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슬랙의 국내 고객사가 1000곳을 넘어섰다”며 “2020년 초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2년여 만에 거둔 성과”라고 말했다.
슬랙은 2009년 미국에서 게임업체로 출발했다. 2013년 메신저 서비스를 개발하며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정 지사장은 “우리로 치면 ‘카톡해’처럼 해외에선 ‘슬랙해(Slack me)’라는 말이 보편화됐을 정도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는 슬랙에 또 다른 기회가 됐다.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이 심각해진 2020년 2분기 슬랙의 매출은 2억1590만달러(약 2576억1200만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했다. 잇따라 글로벌 지사도 세웠다. 한국지사뿐만 아니라 독일, 프랑스 지사를 연이어 설립했다.
슬랙은 개발자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끌었다. 기본 틀은 메신저지만 연동 가능한 앱과 기능이 많은 덕분이다. 개발한 프로그램의 장애 알람 기능 등을 붙여 일종의 ‘관리자 페이지’처럼 사용 가능하다. 현재 슬랙에 연동되는 앱은 2500개에 달한다. 화상회의, 프로젝트 상황 공유, 설문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일종의 채팅방인 ‘채널’별로 입장 권한을 부여할 수 있어 개발자, 협력사, 고객사 등이 한데 뭉치면서도 주제별로 다른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슬랙이 차별점으로 내세우는 기능이다.
정 지사장은 “국내 대표 고객사로 꼽히는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은 개발과 운영, 경영기획 조직의 업무 체계를 통합하기 위해 슬랙을 쓴다”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시작하며 슬랙 사용을 확대했다. 도입 1년이 지난 현재 채널 수가 3500개에 이른다. 휴가 신청이나 조직원 근무시간 확인도 슬랙으로 한다. 비바리퍼블리카는 계열사 개발자들이 채널을 만들어 함께 공부하기도 한다. 이 밖에 삼성전자 롯데ON 등 대기업과 방탄소년단(BTS)이 소속된 하이브와 야놀자 등도 슬랙을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슬랙은 모회사 세일즈포스와 연계해 고객을 늘려나간다는 전략이다. 미국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 세일즈포스는 지난해 7월 슬랙을 277억달러에 인수했다. 앞으로 세일즈포스 앱과 슬랙을 연동해 기능을 개선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 분석 기술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서비스도 추진한다.
정 지사장은 “슬랙 본사엔 70여 명 규모의 박사급 데이터 전문가 조직이 있다”며 “기업들에 없어서는 안 되는 ‘컴퓨터 운영체제(OS)’와 같은 솔루션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