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이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안전 규제 관련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진 상황에서 본격화된 기준금리 인상으로 절대적인 조달 비용마저 빠르게 불고 있다. 시멘트·레미콘 등 자재 가격까지 치솟고 있어 공사비 상승도 불가피해졌다.
기관 ESG 투자 기조 확산에 '돈맥경화'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일 3년 만기 국고채의 금리는 연 2.784%다. 1년 전인 지난해 4월 1일만 해도 연 1.138%에 머물렀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과 11월에 이어 물가 급등 등을 이유로 올 1월에도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2020년 5월 연 0.50%던 기준금리는 세 차례 인상으로 현재 연 1.25%까지 올랐다. 시장 참여자들은 한국은행이 연내 수차례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해 연 2%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우량 건설사 자금 조달의 기준이 되는 3년 만기 회사채(신용등급 AA- 기준) 금리 역시 지난해 4월 1일 연 2.063%에서 지난 1일 연 3.458%로 뛴 상태다. 건설사 입장에선 빌린 돈을 갚거나 신규 사업 투자를 위해 자금을 조달할 때 과거에 비해 더 많은 이자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연기금·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핵심 투자 기준으로 내세우면서 건설사들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콘크리트 등이 전세계적인 ESG 흐름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롯데건설·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조차 회사채 발행 시장에서 자금 조달에 애를 먹고 있는 이유다.
자재 가격 10% 오르면 영업이익률 3%P ↓
자재 가격 상승도 건설사들엔 고민거리다. 지난해 철근 등 금속성 자재를 중심으로 자재 가격 상승세가 나타났다. 올 들어선 유연탄 가격 폭등으로 시멘트·레미콘 등 다른 건자재로도 확산하고 있다. 공사비 상승은 건설사들의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도급 공사에서 원자재 가격과 연계된 원가 비중을 고려할 때 전반적인 자재 가격이 10% 상승하면 건설사의 영업이익률은 약 3%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교섭력이 낮은 중소형 건설사들은 자재 확보 자체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총액계약이 주를 이루는 민간 공사의 경우 자재 가격 부담을 발주처에 전가하기 쉽지 않다"며 "올해 건설사들의 수익성은 재료비 증가로 낮은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 규제 관련 리스크(위험요인)는 갈수록 확대하고 있다. 올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에 이어 건설안전특별법 도입까지 논의되고 있다. 건설안전특별법은 공사 주체의 안전 관리 의무와 사망 사고 발생 때 영업정지 등의 벌칙을 규정하고 있다.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 사고가 건설사의 경영 환경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최근 주요 건설사들에선 사망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말 현대엔지니어링·쌍용건설·삼성물산·태영건설 등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올 들어서도 HDC현대산업개발 뿐만 아니라 현대건설, DL이앤씨의 공사 현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각종 안전 관련 규제 강화는 경영진 처벌이나 과징금 부과만이 아니라 평판 훼손으로 인한 기업 가치 하락까지 야기하고 있다.
안전 위험의 상시적인 관리가 요구되면서 건설업계 전반의 비용 부담도 나타나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사의 안전 관리 비용은 개별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전체 공사비의 2% 안팎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올해 이후 진행되는 사업장별로 산업 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관리비 증액이나 원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차기 정부에서 민간 주도의 주택 공급 확대가 점쳐지는 데다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이 예상돼 매출 측면에선 기대가 있다"면서도 "거시경제 상황과 규제 리스크로 수익성 둔화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