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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보다 더 무섭다"…원자재값 상승에 올해 K제조업은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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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코로나19를 뚫고 역대급 실적을 거둔 K제조업체가 올해 국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값 상승이라는 악재에 휘말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에 따른 원자재값 급등과 원화 가치 하락, 글로벌 물류대란까지 겹치면서 올해 K제조업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5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7.0% 하락한 배럴당 110.2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로 인한 유가 상승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향후 6개월간 하루 100만 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하겠다고 발표한 영향이 컸다. 하지만 미국의 일시적인 비축유 방출만으로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유가 상승을 막기 힘들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날 WTI 종가는 지난달 16일 이후 최저 수준까지 밀려났지만, 올 1분기 동안 33%가량 급등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매출 1000대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70.1%는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으면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된다고 답했다. 응답 기업의 적자 전환 예상 평균 유가는 배럴당 142달러로 조사됐다. 현 유가 수준인 100달러에서도 적자로 전환된다고 답한 기업 역시 13.2%에 달했다. 유가 상승은 기업들의 설비투자 계획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76.2%는 유가 상승 여파로 기존 투자 계획을 축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수출 의존도가 높은 조선, 석유화학,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의 피해가 불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제계는 이번 전쟁이 장기화하면 특정 업종에만 피해가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들은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물가 상승→구매력 감소→수요 감소’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경제계 관계자는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처럼 인플레이션 우려와 급격한 경기 둔화가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악몽이 찾아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 중인 국내 제조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재수 전경련 아태협력팀장은 “엔화 가치 하락에 따라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면서 단기적으로는 해당 분야 기업들의 이익이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이날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증권회사 세 곳 이상의 실적 추정치가 있는 국내 118개 상장회사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는 44조2141억원으로 집계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2월 초(47조4200억원) 대비 3조2059억원(6.8%) 줄었다.

다만 K제조업이 사상 초유의 ‘코로나 위기’를 극복한 것처럼 올해 원자재값 상승도 원가 절감 등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 노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경제계 관계자는 “일본 등 글로벌 기업과 비교할 때 국내 제조업체들의 경쟁력은 매우 탄탄하다”며 “향후 원자재값 상승폭만 제한적이라면 이익이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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