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처음으로 문자를 받았어요! 이제 21주차 접어든 태아랍니다."국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달 31일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배 속의 아기로부터 휴대전화 메시지를 받았다는 웃지 못할 사연이 올라왔다. 작성자가 받은 문자 메시지에는 "아빠. 나 휴대전화 먹통 돼서 컴퓨터로 임시 번호를 받았어. 이 번호 저장하고 톡 해줘~ 급해"라고 적혀 있었다.
해당 메시지는 자녀인 것처럼 접근한 뒤 개인정보와 은행 계좌를 알아내 돈을 빼가는 이른바 '메신저 피싱'이었다. 정부는 이와 같은 신종 피싱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해외에서 발송된 메시지 또는 친구등록이 되지 않은 사람에게 받은 메시지에 대해 경고 표시를 강화하고, 불법 금융 사이트에 대해 삭제·접속차단 조치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피해자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5년간 경찰청에 신고된 피싱 피해는 2016년 1만7040건에서 2020년 3만1681건으로 1.86배 증가했다. 피해액도 2016년 1468억 원에서 2020년 7000억 원으로 4.7배 늘었다.
상대적으로 IT 기술에 친숙하지 않은 60대 이상의 고령층을 대상으로 피싱에 따른 피해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기 쉽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연령대별로는 50대(33%), 40대(27%)가 가장 많다. 신종 피싱 방식인 메신저 피싱의 경우 앞선 사례처럼 '자녀'임을 사칭하는 경우가 많아 주로 40, 50대에 피해가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에는 은행 지점장 출신의 70대 남성이 메신저 피싱에 당한 사연을 제보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제보자 A 씨를 '아빠'라고 부른 상대는 자신의 휴대전화가 고장이 나 이와 관련한 보험금을 수령해야 한다며 원격 조정이 가능한 앱 설치를 요구하고 주민등록번호와 은행 계좌, 비밀번호 등을 알려달라고 했다.
A 씨는 평소 아들과 자주 연락을 주고받았으므로 별다른 의심 없이 상대에게 정보를 넘겼다. 상대는 "보험처리 이제 다 했다. 5일 안으로 보험금 지불하겠다고 했다"라며 A 씨를 안심시켰다.
이러한 연락을 주고받은 다음 날 A 씨는 자기 은행 계좌에서 약 1200만원이 인출됐음을 확인했다. 범죄를 저지른 상대는 A 씨의 휴대전화에 등록된 연락처도 빼내 A 씨의 지인에게도 비슷한 범죄를 저지르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싱 범죄는 성별·연령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라며 "모르는 번호로 가족 지인을 사칭할 경우 반드시 전화로 확인해본 뒤 지체 없이 신고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