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를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학생부 종합전형에서는 전공 적합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신의 진로를 확실히 정하고 그에 맞는 활동으로 생활기록부를 채워나가야 한다”는 말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 대해 고민이 많았습니다. 꿈이 확실하고, 생활기록부만 읽어봐도 자신이 희망하는 전공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 친구들을 보면서 열등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학교 입시를 마친 지금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불필요한 고민이었습니다.
저는 예전부터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공 적합성에 맞게 생활기록부를 채워나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제 진로와 무관한 주제에 호기심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나만의 특성을 장점으로 이용해보고자 했습니다. 한 분야를 깊게 파고드는 전문성을 가진 학생도 있겠지만,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이를 융합하는 능력을 갖춘 학생도 있습니다. 대학에서 원하는 인재상이 꼭 전자만은 아닐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학교생활을 했습니다.
제 생활기록부에는 경영학과 무관한 내용이 많습니다. 취미생활을 즐기기 위해 가입한 시 창작 동아리 활동을 국어 과목에 녹여내기도 하고, 수학 과제탐구 과목에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거리두기 방안에 대한 연구도 했습니다. 학기별로 진행하는 독서 토론 활동에서는 동서양의 문화 차이에 대해 탐구하고, 연구보고서를 작성하는 프로젝트에서는 언어학과 관련한 연구를 하는 등 경영학과 관련 없는 항목이 많았습니다. 고교 3년간 생활기록부에 기록된 독서 목록도 경제·경영 분야보다는 각 과목을 학습하면서 궁금했던 부분과 관련한 도서가 많아 세부 특기사항과 결을 같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생활기록부를 만드는 것에는 두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성적에 맞춰 과를 바꾸게 될 때를 위한 예비책을 마련해놓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진로가 확고한 친구들이 아니라면 수시 원서를 낼 때 학교를 낮추기보다 학과를 낮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활기록부를 언뜻 봐도 경제 마니아인 친구라면 국어국문학과를 지원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제가 1학년 때 한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나중에 지원할 학과를 정할 때가 되면 생활기록부에 있는 한 줄 한 줄이 소중해질 수 있으니 자신의 관심 분야가 아니더라도 열심히 참여해라.” 특히 자기소개서를 내야 하는 학교는 생활기록부의 한 줄을 잘 풀어나간다면 흥미로운 스토리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어느 과에 지원하게 될지 확실하지 않다면 한 분야에 국한된 활동을 지양하는 것이 좋습니다.
안현진 고려대 경영학과 22학번 (생글 15기)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