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경매시장이 상승 국면에서 보합 국면으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술시장이 사상 최대 수준의 호황을 구가하던 지난해에는 '묻지마 투자'로도 어느 정도 수익을 거둘 수 있었지만, 보합세에 접어든 지금은 신중한 투자 결정이 필요해졌다는 분석이다.
"미술경매시장 보합세 진입"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가 최근 발행한 ‘3월 국내 경매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양대 경매사인 서울옥션과 케이옥션 3월 경매의 총 낙찰금액은 각각 165억원, 72억9000만원으로 총 237억9000만원으로 집계됐다. 낙찰률은 두 경매사 평균 84.8%였다. 지난해 3월 경매와 비교했을 때 낙찰률은 소폭 상승했지만 매출액은 약 13억원 감소했다. 전형적인 보합 국면이다. 이호숙 미술시장 애널리스트와 정준모 미술평론가(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가 공동대표인 이 단체는 정기적으로 경매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이런 결과는 미술시장이 '역대급 호황'을 구가한다는 세간의 인식에 못 미치는 숫자다. 센터는 "작가의 작품을 바로 거래하는 1차시장(갤러리와 아트페어 등)에서는 전시작들의 '완판' 소식이 이어지고 있지만 유통시장은 다소 느슨한 분위기"라며 "3월 경매는 뚜렷한 흥행 요소 없이 맥 빠진 결과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경매시장에서는 단색화 대표 작가인 박서보, 윤형근, 정상화와 근래의 미술시장 상승세를 주도한 작가 중 한 명인 이우환이 여전한 강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이들의 작품은 이미 가격이 많이 올라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는 게 센터의 분석이다. 센터는 "경매에 나오는 박서보 작품 대부분이 평균 추정가 10억원을 넘어서는데, 이 때문에 낙찰가가 추정가를 넘어서기가 쉽지 않다"며 "이우환 작품의 경우 작품가가 개인이 투자를 위해 구입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기 시작하면서 구입을 망설이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차세대 미술시장을 주도할 작가들로 꼽히는 이강소, 하종현, 이건용, 이배 등의 작품 낙찰가는 지속적으로 오르는 중이다. 센터는 "차세대 주자들이 시장에 안착하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신진 작가 '주춤'…"함부로 줄서지 마라"
지난해 미술 투자 광풍을 불러일으킨 주역은 30~40대 신진 작가들이다. 일부 작가들의 작품 값이 불과 수 년 새 많게는 20배가량 급등하면서 투자처를 찾던 2030 세대에게 일확천금의 꿈을 안겨줬다. 불과 수백만원의 가격에 출품돼 치열한 경합 끝에 수억원에 작품이 팔려나가는 드라마틱한 경매 과정은 투자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이런 신진 작가들의 작품 중 상당수는 최근 가격 상승세가 주춤하거나 하향세로 돌아섰다는 게 센터의 분석이다. 센터는 "이로 인해 미술품 소장이나 감상 등이 아니라 오직 투자를 위해 유입된 신규 수요들이 추가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고 했다.
센터는 앞으로 미술 시장이 견조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분석했다. "세계 정세가 불안정하고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이 확산하고 있어 현금보다는 현물에 대한 선호가 커지고 있다"며 "미술품은 여러 세제 혜택이 있어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분석이다.
다만 센터는 "모든 미술품이 투자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센터는 "작가를 의심하지 않고 길게 늘어선 대기 행렬에 동참하는 것만큼은 피해야 한다"며 "최소한의 방어적인 자세가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