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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통상조직을 흔들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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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출범하는 단계에서 통상조직 개편 논의가 분분해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통상조직을 자주 흔들면 안 된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통상조직이 개편되면 통상 역량 약화만을 초래할 뿐이다. 이번에 조직 개편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 다음 정부 어느 땐가 또다시 그런 움직임이 되풀이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조직 안정을 기대할 수 없다. 조직의 유능한 구성원은 떠나거나 기피할 게 분명하고 그동안 어렵게 축적해 놓은 통상 교섭 노하우는 조직의 동요와 함께 사라지고 말 것이다.

단순히 조직의 불안정성 때문만이 아니다. 통상은 산업과 긴밀하게 연계돼야만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 산업과 무역, 그리고 통상이 긴밀한 협업을 통해 한 덩어리로 움직여야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한다.

우리나라가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과정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협상 상대국마다 제각각 구체적인 품목을 두고 밀고 당기기 한 노하우가 체계적으로 축적됐고, 그 덕분에 이제는 통상 환경의 웬만한 변화에도 끄떡없이 우리 무역의 확대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2년 전 일본의 반도체 수출규제에 직면했을 때도 산업과 통상의 긴밀한 협업 체제로 대응해 결과적으로 성공에 이르렀다. 기술 국산화 및 수입 다변화를 통해 핵심 소재 수급을 안정시켰고 대일 의존 감소 효과를 가져왔다.

지금처럼 산업과 통상이 밀접하게 연계돼야 하는 시기는 일찍이 없었다. 무엇보다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공급망 이슈가 통상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백악관이 주도해 반도체 등 핵심 산업 공급망 점검 회의를 몇 차례 개최했는데, 실무적으로는 상무부가 이를 주관하며 뒷받침했다. 상무부가 직접 나선 이유는 분명하다. 국가 경쟁력의 지속적인 유지와 강화를 위한 핵심 산업의 공급망 재편성이 관련 이슈의 중요한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공급망 문제를 넘어 기술 주권 시대에 효과적으로 대처해 나가려면 산업을 담당하는 부처의 역할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새로 등장하는 신산업 분야의 국제 규범이나 표준 등과 연계된 통상 이슈도 산업을 담당하는 부처에서 교섭 전면에 나서야 효과적이다. 해당 산업의 흐름과 맥을 체계적으로 짚어나갈 뿐 아니라 디지털 전환기의 산업 생태계와 그 속성을 세세하게 파악하면서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에 대비한 탄소중립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이행의 실질적 책임을 맡는 산업당국의 역할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필요하다면 산업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하고 관련 기술 개발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결국은 산업을 담당하는 부처가 주관해 실행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대외 교섭의 임무도 함께 부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이렇게 보면 통상조직은 산업을 관장하는 부처와 긴밀하게 연계되는 게 바람직하다. 어떤 이슈가 통상 교섭의 대상이 될지 대비하는 기획 단계부터 교섭 현장에서, 그리고 교섭의 후속 이행에 이르기까지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일관되고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이제 겨우 통상조직이 자리를 잡고 성과를 내고 있는데 개편 논의는 날벼락이나 다름없다. 통상조직의 불안감이 통상 역량 약화로 귀결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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