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의 인사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발전자회사 네 곳을 압수수색했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이 한국전력 자회사 네 곳의 사장에게 2017년 사퇴 압박을 넣었다는 의혹이다. 지난 25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를 압수수색한 지 사흘 만에 발전자회사 본사까지 범위를 확대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기업·노동범죄전담부(부장검사 최형원)는 이날 한국 남동·남부·서부·중부 발전 4개 본사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했다. 이와 함께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네 곳도 압수수색했다. 지난 25일 산업부를 압수수색한 지 사흘 만이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에서 기존에 확보한 ‘사퇴 압박’ 진술의 진위를 파악할 증거를 찾는 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2019년 1월 의혹 제기와 함께 백 전 장관과 이인호 당시 산업부 차관(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7년 9월 산업부 담당 국장이 발전사 사장들을 개별적으로 광화문에 있는 모 호텔로 불러 사표 제출을 종용했다”며 “당시 4개 발전사 사장 임기는 짧게는 1년4개월, 길게는 2년2개월씩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이때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던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과 산하 4개 국장이 모두 경질·교체되기도 했다.
검찰은 같은 해 장재원 전 남동발전 사장과 윤종근 전 남부발전 사장, 정하황 전 서부발전 사장, 정창길 전 중부발전 사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하지만 이후 최근까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았다.
고발장 접수 3년여 만에 강제수사에 나선 검찰이 산업부에 이어 발전자회사 본사까지 압수수색에 나선 것을 두고 일각에선 사실상 현 정권을 겨냥한 수사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전 정부에서 임명한 산하기관장의 사표를 받은 환경부 블랙리스트와 달리 산업부 건은 청와대가 직접 챙긴 탈원전 정책과 관련돼 있다는 분석이다.
검찰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계속 수사해온 사안”이라며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문을 확인한 뒤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진석/김진성/이광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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