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처리장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사업이 국내에서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열을 엄청난 전기 에너지를 써서 냉각시키는 대신 하수처리장을 활용함으로써 에너지 문제와 데이터센터 부지 부족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 수처리 전문기업 부강테크와 미국 자회사 투모로우워터는 삼성물산, 도화엔지니어링, BNZ파트너스와 ‘하수처리장에 데이터 센터를 건립하는 ‘코플로(Co-Flow)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협약으로 △데이터센터·하수처리장 개발사업 기회 발굴 △데이터센터 폐열·하수처리수 활용 탄소중립 전략 수립 △데이터센터·하수처리 관련 친환경 신기술 교류회 시행(년 2회) 등으로 상호 협력할 예정이다.
세계 하수처리장의 90%는 넓은 부지 면적을 필요로 하는 전통적인 1차 침전지를 보유하고 있다. 부강테크가 독자 개발한 부지집약 기술을 활용하면 1차 침전지 부지를 최대 85% 이상 절감할 수 있다. 이런 가용부지를 활용함으로써 노후화된 하수처리장을 개선해 데이터센터 건설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지방 정부는 토지 장기임대 수익 등을 통해 수입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 부강테크는 2018년 준공된 서울 중랑물재생센터 1처리장에 완전 지하화를 위한 핵심 기술도 제공한 바 있다.
부강테크 관계자는 “건설 당시 도시 외곽에 있던 하수처리장들은 도시가 확장됨에 따라 도시의 중심 권역으로 편입되고 있다”며 “하수처리장은 4차 산업혁명 가속화로 수요가 급증하는 데이터센터에 최적의 입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수처리장에 데이터 센터를 지으면 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도 크다. 데이터센터는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냉각하는 데 운영 비용의 30~50%를 쓴다. 예컨대 15MW 전기 에너지를 쓰는 데이터 센터의 경우, 냉각팬 가동에 1MW, 전체 시스템 냉각에 7MW의 전력을 사용하고 연간 5억 리터의 물도 필요하다. 부강테크 기술은 데이터 센터를 냉각하는 과정에서 뜨거워진 냉각수를 여과용 미생물 배양 등에 활용하고 하수처리장을 통과하면서 냉각된 물을 다시 열을 식히는 데 사용한다. 부강테크는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관련 기술의 특허(외부 플랜트의 냉각수를 냉각시킬 수 있는 열 교환장치 및 그를 포함하는 하수처리장치) 등록을 마쳤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