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투자전문회사 SK스퀘어가 오는 28일 연례 주주총회를 연다. 작년 11월 SK텔레콤로부터 인적분할해 새로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여는 주총이다. SK스퀘어는 연내 SK 정보통신기술(ICT) 3사 공동 펀드 운용, 암호화폐 사업 추진 등 굵직한 신사업 계획이 여럿 있어 시장 관계자들이 관련 계획 공개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SK스퀘어 첫 주총
SK스퀘어는 오는 28일 서울 을지로 SKT타워 SUPEX홀에서 주총을 연다.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개최한다.이번 주총에 올라오는 안건 내용은 간단하다. 출범 이후 작년 2개월간(11~12월) 재무제표를 승인하는 건, 이사 7명에 대해 올해 보수한도를 120억원으로 승인하는 건 등 둘 뿐이다.
재무제표 내용인 작년 두 달간 실적은 지난달 말 공개됐다. SK스퀘어는 자회사 매출 등을 포함한 연결 기준으로 매출 11조 1464억원, 영업이익 4198억원, 당기순이익 363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보안솔루션 기업 SK쉴더스(옛 ADT캡스), 이커머스 기업 11번가,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티맵모빌리티, 앱장터 기업 원스토어 등을 합친 매출액이다. SK하이닉스의 지분법상 평가 이익도 실적에 반영됐다. 자회사인 하이닉스의 당기순이익을 보유 지분율(20.1%)만큼 SK스퀘어의 영업이익으로 반영했다는 얘기다.
1조 ICT 펀드·암호화폐 얘기 나올까
주요 안건에 크게 두드러지는 내용이 없고, 기업 출범 이래 첫 주총인 만큼 이날 SK스퀘어의 주총은 신사업 관련 비전에 방점이 찍힐 전망이다.대표적인 게 지난 1월 CES 2022 기간 밝힌SK ICT 3사 연합체 펀드다. SK스퀘어는 당시 SK텔레콤, SK하이닉스와 함께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1조원 규모 펀드를 조성해 반도체를 비롯해 인공지능(AI)·메타버스·블록체인 분야에서 혁신 기술을 가진 기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투자은행(IB) 업계 등에선 SK스퀘어가 최근 추진에 나선 자체 암호화폐 사업 관련 계획을 밝힐 지에 대해서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SK스퀘어는 최근 블록체인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암호화폐 발행 작업에 착수했다. 메타버스, 이커머스, 콘텐츠 등 전방위에 걸쳐 SK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를 두루 연결하는 블록체인 기반 가상경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거시 불확실성 해소되면 가치 빠르게 회복"
이번 주총에선 SK스퀘어의 최근 주가 동향에 대해 경영진이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도 이야기가 나올 전망이다. 경기방어주 성격이 강해 그간 증시에서 주가 '선방'을 한 통신3사와 달리 SK스퀘어는 작년 말 대비 주가 낙폭이 뚜렷하다.SK스퀘어의 주식은 작년 11월29일 분할 직후 시초가였던 6만1900원 대비 11% 하락했다. 동기간 코스피지수는 6.1% 내렸다. 이 기간 SK텔레콤의 주가는 5만7900원에서 지난 25일 5만7000원으로 1.5% 하락했다.
이같은 하락폭 일부는 새 투자 기업 출범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에 비해 거시적 투자환경이 좋지 않았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SK스퀘어는 거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주가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호 SK스퀘어 대표는 최근 주주총회를 앞두고 공개한 주주서한에서 "최근 글로벌 경제는 지정학적 리스크, 공급망 대란, 인플레이션 심화와 그에 따른 각국의 금리인상 우려 등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며 "SK스퀘어 또한 거시 환경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 그 가치를 더 빠르게 회복시킬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반도체 등 신사업 투자 늘린다"
박 대표는 주주서한에서 "거시 위기가 SK스퀘어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여느 고평가 기업에 대한 시장가치가 재조정을 받으면 SK스퀘어가 새로운 투자를 벌이기가 더 쉬워져서다.SK스퀘어는 반도체·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혁신 기업에 투자를 벌일 계획이다. 출범 이후 가상자산거래소 코빗(873억원), 3차원(3D) 디지털휴먼(가상인간) 제작사 온마인드(80억원), 데이터 농업 스타트업 그린랩스(350억원) 등에 총 1303억원을 투자했다. 박 대표는 "이런 때일수록 기업들의 펀더멘탈 기반 차별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며 "투자 전문회사인 SK스퀘어엔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이번 주주서한을 통해 "2022년 단 하나의 목표는 주주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투자전문회사가 되는 것"이라며 "SK스퀘어가 주목하는 투자 영역은 반도체 벨류체인과 미래 플랫폼"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 모회사로서 '밸류업'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반도체 등에 투자 역량을 집중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경쟁 강도가 심화하는 영역에선 과감한 대통합과 강력한 제휴를 통해 시장 판도를 바꾸고, 포트폴리오 회사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자회사 기업공개(IPO)도 추진한다. 박 대표는 "보유 포트폴리오의 밸류업은 SK스퀘어의 핵심 성장 축"이라며 "IPO 채비를 마친 포트폴리오 회사들은 연내 상장을 통해 제 가치를 증명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SK스퀘어는 원스토어와 SK쉴더스가 IPO 준비 절차를 밟고 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