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산성 관리와 대규모 투자 결정은 사업부문이 담당하고 아메바 조직은 업무를 수행하는 기본 단위로 진화했습니다.”
다니모토 히데오 교세라 사장은 지난 23일 교토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한 단독 인터뷰에서 지난 10여 년간 ‘아메바 경영’의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조직을 10명 안팎의 직원으로 구성된 독립채산체로 나눠서 운영하는 아메바 경영은 교세라를 상징하는 경영기법이다. 메리츠금융그룹 등 한국 기업들도 이 기법을 도입하고 있다. 다니모토 사장은 “다양한 기술을 조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경영 환경 변화에 맞춰 조직을 수평적으로 바꾸는 데 아메바 경영을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10여 년간 아메바 경영은 어떻게 변했나요.“창업자인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이 처음 아메바 경영을 도입했을 때는 10명 안팎의 소그룹으로 채산성을 따져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성장하고 각각의 사업이 커지면서 10명 단위로 채산성을 따지는 건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채산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100명 단위로 진행하는 게 유리한 사업이 늘어난 거죠.”
▷아메바 조직에도 변화가 있었겠네요.“과거 아메바 조직이 채산관리 측면에서 매우 중요했다면 지금은 업무 수행 단위로서의 중요성이 더 커졌습니다. 혼자서 묵묵히 일을 해내는 사원보다 팀 단위로 함께 생각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사원이 더 중요하니까요. 그래서 채산성을 따지는 단위와 업무를 수행하는 최소 단위(아메바)를 구분했습니다.
▷지난해 조직을 3개 사업부문으로 개편한 이유입니까.“10명으로 구성된 아메바 조직이 1000억엔 규모의 투자를 결정하기는 어렵죠. 사업부문 차원에서 진행하는 게 효율적인 투자가 많아졌습니다. 1000억엔 단위의 투자는 사업부문이 결정합니다.”
▷아메바 경영의 단점은 뭔가요.“사업을 한데 묶는 조직이 따로 없다 보니 본부가 다르면 마치 다른 회사인 것처럼 교류가 적었습니다. 프린터 제조 사업부와 잉크젯 헤드라는 프린터 부품을 만드는 사업부가 따로 있는데요. 최신형 잉크젯헤드를 사용하면 더 우수한 프린터를 만들 수 있는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두 사업부 간 교류가 없다 보니 시너지가 나지 않은 것이죠.”
▷개선이 필요했군요.“지금은 한 개의 기술로 새로운 제품을 탄생시키는 시대가 아니라 다양한 기술을 조합해서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시대입니다. 교세라의 최첨단 기술을 조합해 새로운 제품을 내놓으려면 사업부문 간 교류가 활발해야 합니다.”
▷사업 규모가 커지면 아메바 조직도 커집니까.“아메바 조직은 10명 단위를 유지합니다. 팀원이 30명만 돼도 말하는 사람만 말하거든요. 사업부문은 100명으로 구성하더라도 업무활동은 여전히 10명 단위의 아메바가 기준입니다. 100명 규모의 사업부라면 10개의 아메바가 모여 있는 셈입니다.”
▷아메바 경영을 도입하려는 한국 기업에 조언한다면.“회사 크기, 사업 규모에 따라 방식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구성원이 소통하는 데는 수평적 아메바 경영이 매우 훌륭한 방식이라고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이슈입니다.“지금부터는 사회적인 과제 해결이 중요한 사업 축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환경을 개선하거나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물을 사용하지 않고 잉크젯 프린터 방식으로 옷을 물들이는 날염기계를 하반기 출시할 계획입니다.”
▷기업 인수합병(M&A) 전략은 무엇인가요.“M&A의 목적은 매출 증대와 신기술 확보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품 관련 기업과 솔루션(문제해결형) 기업, 특히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을 적극 M&A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교세라 같은 소재·부품 기업을 키우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요.“반도체 같은 조립·장치산업은 상대적으로 빨리 키울 수 있지만 소재는 다릅니다. 무라타제작소는 교토대가 개발한 타이타늄산 바륨, TDK는 도쿄공업대의 페라이트라는 소재로 성장한 회사입니다. 교세라 역시 절연재인 정밀 세라믹을 앞세워 큰 회사예요.
기초 기술인 소재를 꾸준히 연구해야 관련 기업을 키울 수 있습니다.”교토=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