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출범해 올해 12년째를 맞은 대구연구개발특구본부가 첨단 연구소기업 창업과 지역 신산업 혁신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대구연구개발특구본부는 지난해 말 기준 특구 내 연구소기업이 218개로 늘어났다고 25일 발표했다. 전국 5개 특구 가운데 2005년 출범한 대덕특구를 제외하곤 최고 실적이다.
2019년 2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출자로 창업한 하이젠파워(대표 박재형)는 창업 첫해 매출이 2200만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77억원으로 급증했다. 이 회사의 연료전지발전 시스템이 서울 강동구 스마트에너지시티 구축, 충남 첨단 소재 기업 3+3㎿ 연료전지 발전사업 등에 선정되면서다. 초기 창업기업이 이처럼 큰 사업을 따내며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비결은 연료전지에 들어가는 촉매의 기술력 덕분이다. 고가의 백금을 적게 사용하면서도 고효율과 내구성이 강한 촉매를 개발했다. 여기에 연료전지발전에 필요한 수소를 얻는 도시가스 개질 과정에서 부산물로 스팀을 생산해내는 기술은 이 회사의 독보적 경쟁력이다.
KAIST를 졸업한 후 대기업에 다니다 창업한 박 대표는 “스팀은 제지 반도체 철강 등 소재 관련 공정에서 수요가 많아 우리 기술을 채택하는 곳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28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이젠파워가 연구소기업으로 설립되도록 지원하고 국가과제를 통해 기술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은 대구연구개발특구본부였다. 대구연구개발특구본부는 연구소기업들이 꾸준히 스케일업할 수 있도록 고도화 사업도 지원하고 있다. 하이젠파워는 특구의 지원으로 구명동의에 들어가는 연료전지도 개발 중이다. 고체 카트리지형 수소 발생장치가 바닷물과 만나면 수소가 발생하고 이 수소가 광파 전파 열선을 작동시켜 조난자의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는 제품이다. 방전되는 배터리 방식의 단점을 혁신한 기술이다. 하이젠파워는 고도화사업이 끝나면 군관 요트 보트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오영환 본부장(사진)은 “대구특구에는 DGIST 등 8개 대학에 다양한 연구소,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기계연구원 등 정부 출연연구원과 전문 연구기관이 많다”며 “고도화사업을 통해 스케일업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에너캠프(대표 최정섭)도 전기차 시대에 주목받는 연구소기업이다. 이 회사는 대경지역대학기술지주의 출자로 2017년 설립된 스마트배터리 충전기 제조 전문기업이다.
매출이 2017년 첫해 1억여원에서 지난해 20억원으로 늘었다. 이 회사의 고출력 배터리를 이용한 차량용 점프스타터는 아마존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제품 하나의 수출과 내수 누적 판매량이 10만 대, 누적 매출은 100억원에 달한다.
에너캠프는 제2의 캐시카우인 이동형 충전기를 개발, 전기차 시대에 서비스사업(BaaS)으로 또 한 번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이동형 충전기와 서비스를 개발해 빌딩과 아파트 등을 대상으로 시험 운영 중이다. 고정형 충전시설이 부족한 곳이나 긴급 충전이 필요한 운전자를 대신해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새벽이나 야간 아파트 주차장 세차와 연계한 충전 서비스도 할 수 있다. 최 대표는 “배터리 교환식 이동형 충전기여서 배터리 충전 서비스 시장에 혁신을 가져올 제품”이라며 “올해 60억원, 3년 내 100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 했다. 대구=
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